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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un 02. 2023

입에 발린 바른 소리

'입바른 소리'는 '거침없이 남의 잘못이나 시비를 따지는 바른말'이란 뜻이다.

그리고 '입에 발린 소리'는 '마음에도 없이 겉치레로 하는 말'이란 뜻을 가진다.


얼핏 비슷한 발음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의미를 알고 보면 전혀 다른 의미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하자면 당연히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게 옳은 것 같고,

'입에 발린 소리'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작은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보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다.


대화의 상대 간에 권력관계의 우열이 분명한 경우 권력의 열위에 있는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이 할 말을 다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극(史劇)을 보면 신하가 임금에게 입바른 말을 할 때에는 꼭 한마디를 더 붙인다.

"전하, 죽여주시옵소서"


정말로 죽을 각오까지 하지 않는다면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없던 것이었다.


현대에도 독재 국가의 경우 '입바른 소리'를 하기 위해 여전히 목숨의 위협을 감내해야 하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업이나 지위가 박탈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에겐 불이익이 주어지는 경우를 보는 것이 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입에 발린 소리'의 경우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심각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니 말을 하는 사람 입장에선 '입바른 소리' 보단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편이 더 안전한 법이다.



반면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입바른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쁠 때도 있겠지만 그중에선 꼭 필요한 얘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입에 발린 소리의 경우는 들어서 기분이 상할 경우야 적겠지만, 쓸모(효용)라는 차원에선 그리 기대할 내용이 없다.


그러니까 대화를 통해 뭔가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입에 발린 소리'보다 '입바른 소리'를 자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입바른 소리를 듣는 것의 중요성은 옛사람들의 지혜 속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良藥苦於口 而利於病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忠言逆於耳 而利於行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


이런 지혜가 계도(啓導)하려는 대상은 우선 권력자를 향한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먼저 귀를 열어야 '입바른 소리'가 전달되는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권력자가 '입바른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개인적 안위에 집착하여 점점 더 '입바른 소리'를 하기 꺼리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만 가득한 조직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아무튼 옳은 소신을 가지고 바른말을 하는데 "죽여주시옵소서" 같은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입바른 소리'도 '입에 발린 소리'처럼 자연스레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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