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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un 20. 2023

마이너로 살 자격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그리고 윤계상 주연의 우리 영화 ‘소수의견’은 사법(司法) 시스템에 존재하는 ‘소수의견(少數意見)’을 소재로 다룬다.


소수의견(少數意見)은 다수결(多數決)에 의하여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다수의 찬성과 동의를 얻지 못하고 폐기되는 의견을 의미한다. 

단순히 적은 숫자의 찬성을 받았다는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효력을 갖지 못하는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의견이 소수의견이 되는 경험을 수도 없이 경험해 봤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오늘 뭐 먹을까?” 얘기를 하면, 누군가는 한식당에 누군가는 중식당에 가자고 할 수 있을 거고 결국 본인의 의사와 달리 대세를 따라 내키지 않는 식당에 갔던 경험 말이다.


다수결 시스템에서 만장일치(滿場一致)의 결론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필연적으로 소수의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법의 영역에서 소수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 외의 하급심 판결은 주문(主文)에 결정된 내용만 표시될 뿐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경우 재판, 심판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 재판관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의견을 남겨 놓을 근거가 있는 것이다.

- 법원조직법 제15조(대법관의 의사표시) 대법원 재판서(裁判書)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

- 헌법재판소법 제36조(종국결정) ③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


법 조문의 문장에 “~~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어 형식적으로는 대법관, 재판관에게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의무처럼 읽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최종심에 관여하는 법관에게만 부여되는 권리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급심의 재판도 당연히 만장일치만 있는 것은 아닐 테고 그러면 소수의견을 가진 판사도 있을 텐데 반대되는 다수의견의 결정에 대해 침묵해야 할 테니 말이다.


엄격한 사법 재판의 경우가 아니라 일상의 직장생활에서도 소수의견을 가지고 사는 건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듯하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다수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이 설혹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경우라도 그저 침묵해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경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결국 마이너로 살아가려면 침묵할 줄 알아야 하고, 침묵하지 않으려면 선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그게 또 서글픈 현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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