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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an 18. 2024

너무 쉽게 변해가네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 넷플릭스의 ‘경성크리처’, 디즈니플러스의 ‘킬러들의 쇼핑몰’, 티빙의 ‘이재, 곧 죽습니다.’ 등등...

요즘 정말 다양한 OTT에서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오리지널 콘텐츠가 만들어져 공급되고 있다.


독점 콘텐츠를 바탕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려는 OTT 간의 경쟁 덕분에, 시청자들은 수많은 콘텐츠의 바다에서 뭘 골라볼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지상파 TV를 통해 드라마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실시간 채널에서 TV 드라마를 보는 것이 그렇게까지 대중적이지는 않게 되었다.


과거 ‘첫사랑’, ‘허준’, ‘모래시계’ 같은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은 60%대를 넘었지만, 지금은 15%의 시청률만 나와도 인기 드라마로 인정받고 있으니 그 간극이 커진 만큼 TV 실시간 채널보다 뉴미디어 플랫폼이 갖는 경쟁력이 커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실시간 TV 채널에 대한 시청률 하락은 광고와 같은 관련된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인 올드 미디어가 갖는 매체 영향력은 감소하고 뉴미디어 플랫폼이 광고시장의 주무대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런 변화로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는 플랫폼 간 힘의 균형이 움직이고, 기존 사업자들 간의 관계 역시 변화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케이블/IPTV 같은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 간에 벌어지는 송출수수료 갈등이다. 홈쇼핑사업자가 실시간 TV 채널을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려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일종의 자릿세인 송출수수료를 지불한다.


홈쇼핑사업자는 실시간 채널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 지급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수수료 경감을 요구하지만 유료방송사 역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를 양보하면 생존의 경계에 서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터넷과 TV 서비스를 결합 제공하는 통신사들에 비해, TV 서비스 단독고객 비중이 높은 케이블 TV는 이런 상황이 더더욱 힘든 게 현실이다.


또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재전송료 갈등도 언제든 재발 가능한 상황이다.

지상파 실시간 채널의 시청률이나 콘텐츠 경쟁력은 낮아지고 있음에도 그들의 채널을 유료방송으로 재전송하기 위해 유료방송사가 지급해야 하는 돈은 계속 증가해 왔다.


결국 이미 심각하게 뒤틀려버린 미디어 산업의 밸류 체인이 제대로 다시 자리 잡으려면

사업자들 간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가 정산 기준이 다시 셋업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는 사업자들 사이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건 어려워 보인다.



올드미디어에 속한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뉴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만 일방적인 햇볕 아래 있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가며 플랫폼 간 주도권 경쟁을 이어가는 그들 역시도, 매 순간이 절벽 위에 서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몇 차례만 커다란 실패가 연속돼도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부담이 생겨버리는 콘텐츠 비즈니스 속성이 그들에게도 작용될 것이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휘몰아치는 변화들이 불필요하거나 의미 없는 과정은 분명 아닐 것이다.

소수의 채널이 콘텐츠 유통을 독점하던 시대에는 유통 플랫폼이 거대한 갑(甲)이 되어 시장에 영향을 행사해 왔다면, 여러 플랫폼들이 경쟁하고 있는 지금은 상대적으로 을(乙)의 입장에 있던 콘텐츠 제작사의 입지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배급되면서 K-pop을 이은 새로운 문화상품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해외여행을 소재로 삼는 여러 영상 콘텐츠를 보면 이름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국의 젊은 세대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드라마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위험(危險)이 되는 지금의 변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확실히 기회(機會)가 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위기(危機)의 본질이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함께 존재하는 상황을 말한다는 얘기들이 새삼 더 공감이 가게 된다.


아무튼 세상의 변화, 시장의 변화는 사람들 그리고 집단들의 상호 작용이다 보니 누군가 한 사람이 또는 한 조직이 맘먹는다고 그런 변화로부터 피해있을 수도 없고 단박에 맘먹은 대로 만들어갈 수도 없다.


그러니 변화가 가져오는 위기 속에서 시행착오를 줄여가며 결국 다다를 안정화된 상태에까지 많은 사람들이 잘 흘러가는 걸 바랄 수밖에 없겠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을까 지금의 변화가 비록 크고 급격한 것 같아도 우리는 삐삐가 없어지고 PC통신이 없어진 것처럼 그보다 급격한 변화를 이미 많이 경험한 베테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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