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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an 23. 2024

Go or Stop

많은 배우(俳優, Actor)분들의 인터뷰에서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다”라는 표현을 보고는 한다.


그 의미가 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명료하게 설명된 걸 보진 못했지만 배우들의 인터뷰 맥락을 통해 이해하자면,

배우는 감독이나 제작자 등의 선택을 받거나 오디션 과정을 통해 작품과 인연이 닿을 때까지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직업’이란 의미인 것 같다.


작품의 캐스팅 기간은 길게는 수년씩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고, 하나의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아 다른 작품들을 기다리는 일이 이어지다 보면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

배우는 정말 기다리는 직업이라고 하는 게 일리 있게 느껴진다.


배우 입장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의 폭이 달라질 텐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쫓기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테고 여러 가지로 기다리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고 또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성공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배우라도 그럴진대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언제 찾아올지 어쩌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기회를 기다리면서 자신을 갈고닦는 기다림이 결코 쉬울 리 없다.


마치 무기(無期)의 형(刑)을 받은 것처럼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는 것이니 만큼, 어느쯤에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지 싶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따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배역을 따내기 위해 자기 계발을 쉬지 않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기다림이 얼마나 치열한 시간인지 공감하게 된다.




몇 년 전 만화 슬램덩크의 한 컷을 뒤틀어 유행한 짤이 있었다.  

시합 중 쓰러진 정대만에게 북산의 안감독이 "포기하면 편해. 하지 마 그냥"이라고 얘기하는 짤이다.


물론 원작의 대사는 "포기한다면 거기서 시합종료랍니다.(あきらめたらそこで試合終了ですよ・・・)"라는 명대사가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그 내용을 뒤틀어서 정반대의 의미로 만든 짤이 유행한 것이다.


왜 갑자기 그런 짤이 크게 유행했던 것일까?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등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의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청년 실업 증가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해 아등바등 노력하며 살아도 청년들이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하다 보니


그런 불확실한 삶으로 인해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게 익숙해져 '차라리 포기하는 게 편하다'라고 자기 위안의 주문을 원한 것이 아니었을까?




내 생각에는 뭔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기다리는 것과 포기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옳은 선택일 것인가?'라는 물음에 정답이 있진 않을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과가 보장되지 않으니 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리 기다려도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고, 포기하고 빨리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또다시 기다림과 포기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그러니까 이미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의 경우에도 선택에 대한 확신은 없고 심지어 내 자식들에게도 정답이 뭔지 알려줄 자신이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선 후배들에게 책임질 수 있는 추천은 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다리고 계속하기로 맘먹었어도 그냥 시간만 보내며 목표만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후회를 남긴다. 포기하기로 결정하고서 뒤돌아보고 매일을 후회 속에 보낼 거라면 포기하지 않는 게 낫다.


결국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후회 없을 선택이 되게 하려면

자기가 한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어떤 결과를 받아 들더라도 스스로의 선택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진짜 당당하게 그 일들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려면 이제 진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진짜 선택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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