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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Mar 25. 2024

각자의 이유 서로의 이해

이유(理由)는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까닭이나 근거’를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아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원리나 상식에 있어 어른들보다 아직 모르는 게 많기 때문에 

무슨 말을 듣게 되면 말을 한 사람에게 이유를 되묻는 질문이 많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우스갯소리지만 ‘왜 지옥’에 갇히는 경험을 갖는 경우가 있다.


“연우야 밥 먹자”

“왜? 왜 밥 먹어야 하는데?”

“밥 먹어야 튼튼해지지”

“왜? 왜 튼튼해지는데”

“응 밥에는 좋은 영양분이 있어서 튼튼해지는 거야”

“왜? 왜 영양이 있는 건데?”


연달아 이어지는 질문 공세를 받다 보면 아무리 성격 좋은 부모라도 질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지고는 한다.




이해(理解)는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을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유를 묻는 빈도가 줄어든다. 

세상 돌아가는 순리에 익숙해지고 타인의 입장과 환경을 고려하는 폭이 넓어지다 보면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대강의 상황을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상식이 쌓여서 이해의 폭이 커지면 이유를 묻는 대화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상대방에게 이유를 물어본다면 그런 상황은 퍽 불편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OO 씨가 주장하는 보고서 결론은 합리적 이유가 뭐예요?"

"그렇게 지시하신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이해될 것이라는 심리적 가정이나 전제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자체는 

내가 뭔가 잘못 설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원래 모두 다 똑같은 상식에 기반하여 형성되는 게 아니고 

사람마다 아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이해가 같을 수 없다. 

고로 이유를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까 혹시 불편한 경우가 있더라도 먼저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의 수준을 맞춰나가는 것은 

일을 더 잘 되도록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이고 사회생활 속에서 대체로 권장되는 자세이다.




이해(利害)는 '이익과 손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이유(理由)를 이해(理解)하는 과정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데 있어 너무도 중요하다는 게 틀림없지만, 때로는 이유(理由)를 이해(理解)하는 게 참 어렵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사람들마다 이해(利害)가 다른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이해(利害) 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들은 서로의 이유(理由)를 궁금해하지도 않고 이해(理解)하려 노력해 볼 마음도 없는 듯하다. 


서로 다른 이해(利害) 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심한 경우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법의 적용마저도 상대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직장일을 하면서 겪어본 대부분의 일들은 이해하려 노력하면 이유가 공감이 가는 일들이었다.

이유가 공감이 가니까 편한 마음으로 순리에 맞춰 일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도무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마주쳤을 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상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황과 일의 목적을 이해하려 애써 봤었다.


하지만 이유를 몰라 이해하려 고민하던 당시에도 그렇고, 

수년의 시간이 지나 일의 결과가 뚜렷해진 지금도 그렇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그대로이다.

이유를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상황도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이제는 오히려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이유(理由)를 이해(理解)할 수 없던 것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건 그들과 나의 이해(利害)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해(利害)가 다른 대상에게 가혹한 것은 사회 어느 구석에서나 통용되는 세상의 이치인가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런 세상이 탐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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