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프랑스어: J'accuse)'는
1898년 1월 13일, 프랑스의 사상가 에밀 졸라(Émile Zola)가 대통령(Félix Faure)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으로 신문 로로르(L’Aurore)에 게재한 글이다.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의 진범(에스테라지 소령)이 조작된 증거와 졸속 재판을 통해 무죄석방된 것에 분노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정부와 군부를 비판하고 재판과 관련해 불의를 저지른 사람들을 국민들에게 고발하려 한 것이었다.
'드레퓌스 사건(Dreyfus Affair)'은 시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한두 번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사건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휩쓸던 군국주의, 반유대주의, 강박적 애국주의 속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의 간첩혐의를 놓고 프랑스 사회는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드레퓌스 파'와 유죄를 주장하는 '반(反) 드레퓌스 파'로 양분되어 진영 간 격렬하게 투쟁했다.
'드레퓌스'는 그 과정 속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조작된 사건으로 말미암아 인권이 유린되고 간첩으로 몰리고 있었다.
에밀 졸라는 당시 그 첨예한 진영 간 갈등 속에서, 국가의 전제적 권력 행사로 마녀사냥 당하듯 억울하게 누명을 쓴 드레퓌스를 위해 용기 내어 그의 생각을 밝힌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 세력 간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 양심의 소리를 낸 결과는 '에밀 졸라' 개인에게 긍정적으로 전개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성공한 작가로 유명했던 그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결과
드레퓌스의 유죄를 주장하는 측으로부터 소송과 살해위협에 시달렸고, 결국 에밀 졸라는 영국으로 망명하기에 이르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심지어 진범이 확인되어 드레퓌스의 누명이 벗겨진 이후에도 에밀 졸라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었고
후일 고국에 돌아와 가스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에밀 졸라의 죽음 역시도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결과로 알려진다.
우리는 늘 잊고 살지만
과거 전제 군주정 시대로부터 지금의 민주 공화정으로 사회의 통치시스템이 바뀌어온 과정은
이렇게 '에밀 졸라'처럼 치열하게 양심의 소리를 외쳐온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스레 받아들여지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근현대사 속에서 경험한 여러 부조리한 상황을 겪어내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원칙이다.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에 정해진 절차와 내용을 따라야 한다는 점은
사람의 판단과 특정 집단의 이해를 위해 그때그때 기준 없이 이뤄지는 무소불위의 국가권력 행사가 어떤 잘못된 결과로 귀결되고 또 어떤 비극적 상황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겪었던 경험과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들을 겪어왔어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구나 의심케 한다.
특정 정치세력의 편의와 필요에 따라 국가권력의 수사와 재판 절차가 원칙 없이 이뤄지는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전제 정치의 시대인가를 의심케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주장을 한다는 이유로 스피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과도하게 공격하려는 모습은 1800년대 말 에밀 졸라가 겪었을 사회적 폭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발의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들도 그 저의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사회적 진보를 이뤘다고 자평하지만
우리가 자랑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대하는 그런 세상 속에서
무서워서라도 어느 한편을 택해야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경계에 놓이게 된 것 같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세력에 맞서 양심을 이야기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고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엔 그런 용기와 희생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늘 존재했다는 점이다.
당장의 불이익과 비난이 무섭더라도 스스로의 양심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더 어려워하는 사람은 늘 있었다.
비록 나는 그런 용기가 부족하고 나약한 개인일지라도
앞장서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에 대해 존경과 동경의 마음으로 작은 지지라도 보내려 한다.
J'accuse au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