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했다.
그리고 오늘 적고 있는 이 글이 딱 200번째 발행하는 글이 된다.
일기를 썼다면 1,000개 이상의 글은 써야 했을 기간이지만
내게는 지금까지의 글 200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처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마음은 답답함이었다.
그전까지 특별한 어려움 없이 평탄한 인생을 살던 나는
어느 특별한 경험을 기점으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을 품고 살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환경에 최선만 다해도 당연히 잘 살아질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세상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선의와 성실함 만으로도 인정받으며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속을 알 수 없는 흉험한 사람들의 속을 엿보고 나니 세상은 하루아침에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게 되었다.
나는 전혀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속한 환경은 한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한 기분이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있어도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내가 경험한 기이한 일의 사실이 알려지고 거짓말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배운 대로 돌아가지 않고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마음속 억울과 분함이 삭여지지 않으니 매일 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의식의 각성과 불면의 새벽은 진짜로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글쓰기는 다른 아무것도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이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도구 같은 것이었다.
무작정 시작한 글쓰기는 못나고 서툴러서 갈피를 잡기 힘들었고
그러다 글을 쓰는 것도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었다.
그때 예술을 전공한 아내는 글쓰기도 어려워하는 나에게 목표를 만들어 줬다.
"주제와 상관없이 딴생각 말고 그냥 써봐. 적어도 1년에 100편은 써봐야 그래도 뭘 쓸지 알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도 여러 습작을 그려서 작품을 만드는데, 글이라고 뭐 한 번에 쓰고 싶은 글이 나오겠어?"
정확히 이해가 되는 말은 아니지만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생각하고 고민만 하면서 마음과 몸을 상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2023년 약속한 1년이 되었을 때, 난 102개의 글을 발행했다.
어떨 때는 하고 싶은 말을 마구 써대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100개를 채우자는 목표로 정말 아무 말이나 글로 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1년 동안 아무 글이나 막 써대는 동안에 나의 감정은 많이 누그러질 수 있었다.
과거의 상황을 이해했거나 누군가를 용서해서가 아니다.
그냥 감정이 조금 무뎌졌을 뿐이었다.
이성은 여전히 차갑게 날이 서있지만 감정은 끓는점이 낮아진 정도랄까?
그래서 그때쯤부터는 밤에 잠도 제법 잘 자고 있다.
새벽에 깨어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일은 이제 빈도가 줄어서 거의 되풀이되지 않는다.
글을 써서 내가 경험한 이해할 수 없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자라는 계획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글을 통해 나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효과를 본 듯하다.
의무감으로 100개의 글을 발행한 후, 요즘은 그때처럼 글을 쓰지 않는다.
생각나고 손이 가면 조금씩 글을 쓰니까 전보다 글 쓰는 속도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써서 발행하면서 소소하게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경험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댓글과 응원도 경험하니 글을 쓰는 나의 취미가 어느새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나의 글쓰기 목표는 이케이도 준의 기업소설 '한자와 나오키' 같은 작품을 쓰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역부족의 역량으로 기업의 피해를 막지 못했지만
작중에서라도 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피날레를 만들어보고 싶다.
300번째 글의 전에는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