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일 Aug 07. 2020

뚝배기집 고춧가루의 정체

태백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묵은

숙소 사장님의 추천으로 뚝배기집에 들른다.


청국장과 닭개장을 시키고

주문을 기다리는 새 주인아주머니의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언니야~ 고춧가루 필요해?”

수화기 너머 주인아주머니와 막역지간 같은 사람이 다짜고짜 고춧가루가 필요한지 묻는다.


“응, 고춧가루 필요해, 안 그래도 필요했다”


“아 그래, 우리 일 키로 가져갈게. 음식 하는 데 써라”


“응 가져와, 살게”

준다는 사람 무안하지 않게 흔쾌히 고춧가루를 사신다는 아주머니.


“아니야~, 됐다. 그냥 써라. 음식 하는 데 써. 언니야 조금인데 괜찮아~?”

산다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됐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어차피 오늘 고춧가루 사려했다. 마침 딱 떨어졌는데 어떻게 알았어. 가져와라. 살게.”

산다는 주인아주머니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아니다. 진짜 됐다. 우리 보낼 거 다 실어서 보내고 남은 거 일 키로 얼마 안 된다. 진짜 그냥 써라. 음식 하는 데 쓰면 되잖아”


“아. 응. 그래. 그럼 가져와라. 너 버섯은 잊었나?”

아주머니도 마지못해 받는다.


“버섯도 챙겼다. 이따 갈 때 전화할게”


계산하고 한적한 가게 앞 거리를 걷다가 피식 웃음이 샌다.



작가의 이전글 다 원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