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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Aug 10. 2020

단군의 후예들의 생계수단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태백산에는 하늘길과 통한다는 천제단이 있다.

그 옛날 태백산 신단수에 환인이 내려와 우리 민족의 터전이 열렸다는 단군신화의 발원지다.

성역으로 숭배되어온 태백산이 품고 있는 도시 태백은 운무와 함께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성스러운 도시에도 그림자가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태백의 철암이다.

철암은 일제강점기에 엄청난 양의 석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짐과 함께 오일 러시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도시다.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탄을 탐한 일제는 철암에 대대적으로 탄광과 저탄장을 설치했고, 그때로부터 수많은 산업 전사들은 철암의 탄광에서 진폐증을 앓기 시작했다.



그래도 해방 이후 철암은 일제에 의해 설치되었던 탄광과 저탄장을 통해 부유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있다는 풍문이 전국에 돌 정도로 유명한 부유 도시였다.


잠깐 석탄의 도시 철암의 독특한 풍경을 보자면

아이들은 시냇물이 늘 검어서 미술시간에 마을을 그리면 시내를 검게 칠했고,

산업 전사들은 탄가루에 텁텁한 목을 삼겹살과 소주로 씻어내곤 했단다.

그러고 보면 미세먼지를 삼겹살과 소주로 물리치자는 사람들은 분명 한 민족이 맞다.



철암의 탄광촌을 나와 시내로 접어들면 진폐증 산재처리 상담을 해주는 사무소가 곳곳에 보인다.

산업전사 위령탑이 세워진 곳에 스며든 현실적 위로다.

탄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900여 명은 노동조합을 설치하고 가격 인상을 늘 외치지만, 재생에너지에 밀리는 에너지를 바라보며 떠나간 전성기를 부여잡는 초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시대의 저주라는 탓을 해볼 것이다.



지금은 석탄 1톤을 생산하는 데 37만 원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석탄 1톤을 화력발전소에 팔면 17만 원을 받는다.

나머지 20만 원의 적자는 정부 보조금으로 채워진다.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업이다.



단군신화를 품은 도시 태백에 사는 단군의 후예들은 진폐증을 앓고 있다.

철암의 흥망성쇠는 그 일대의 단군신화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현실적 신화를 가지고 있다.

현장 안내를  해주던 가이드는 철암의 탄광 사업은 언젠간 없어질 것이라고 독백하며 저 멀리 저탄장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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