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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Oct 18. 2020

두 유 노 K-POP

서정민갑의 <음악편애>

두 유 노 싸이.

두 유 노 지성팍.


세계 속 한국 위상을 확인하고픈 마음은 거창한 국수주의보단 순수함에 가깝다.

이른바 '두 유 노 클럽'으로 불리는 한국발 스타들의 세계적 인기는 분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뿌듯함을 가져다준다.

마찬가지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세계적 인기는 K-POP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두 유 노 클럽, 현대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다. 방탄소년단, 싸이, 손흥민,  김연아 등이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K-POP 열풍에 더 가속이 붙은 아이돌 문화는 뜻하지 않게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를 질식시키기도 한다.

K-POP 만큼 좋은 국내 여러 음악들이 아이돌 문화 팽창에 갈수록 생명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젠 발버둥에 가까워 보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 추구는 이젠 평론가의 진지한 영역이 되었으며,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듯하다.




그리하여 어렵사리 독서의 당위성이 성립된 책이 있으니 서정민갑의 <음악편애>다.

K-POP의 다양한 면을 조명하며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들의 음악 감상을 주선한다. 그야말로 매일이 신화 같은 K-POP의 성공가도를 향한 작은 외침이다.


그러나 <음악편애>는 그 제목과 같이 한국 대중음악의 진면모를 살펴본다거나, 급 간을 나눈다거나, 사기와 진실을 가린다거나 하는 교양서가 아니다.

순전히 개인의 취향에 따라 나열한 음악들의 감상평이다. 하지만 기성 평론 문법의 범주화에 속박되지 않는 순수한 의도가 적절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중 주목할 만한 몇 가지 노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단편선과 선원들 - 모든 곳에

ⓒ 아름드리 위키, 단편선과 선원들, 왼쪽 위부터 장도혁(퍼커션), 단편선(보컬/기타), 최우영(베이스), 장수현(바이올린)


밴드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단편선과 선원들은 실험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데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바이올린과 퍼커션은 밴드 이름처럼 구획된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항해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선정,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록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단편선과 선원들의 "모든 곳에"가 첫 번째 곡이다.


https://youtu.be/j1hAszFEuvM

ⓒ 미러볼 뮤직, 단편선과 선원들의 <뿔> 수록곡 "모든 곳에"




2. 3 Little Wacks - YOUNG, GIFTED & WACK (goldendoodle - 스크류드라이버)

ⓒ DYED, 영기획 컴필레이션 앨범 <YOUNG, GITFED&WACK 3rd Anniversary Compilation Album> 커버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 신의 정착과 유지에 도움을 준 영기획(레이블이자 음반사이자 매체)이 기획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수록곡 모두 다른 아티스트들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다양한 일렉트로닉을 맛볼 수 있다. 한국 일렉트로닉이 꼭 일선에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생력을 기를 수 있을 만큼의 힘은 얻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개하는 트랙은 5번 골든 두들의 "스크류드라이버".


https://youtu.be/OjUoI2mLz7A

ⓒ 영기획, goldendoodle - 스크류드라이버




3. 정밀아 - 별, 낭만의 밤

ⓒ leesmusic, 정밀아 <은하수> 커버


포크와 어쿠스틱, 블루스의 어딘가에 자리 잡은 그녀의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 위로와 잔잔한 기쁨을 준다.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뮤지션과 그 뮤지션의 음악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조용한 노래를 하는 사람은 늘 조용할까. 신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은 늘 신날까. 우리가 하는 일과 평소 우리는 또 얼마나 같을까, 또는 다를까. 포크와 블루스를 통해 잔잔한 위로를 주는 정밀아의 두 트랙이 세 번째.


https://youtu.be/dqJLxf7Llus

ⓒ 온스테이지, 정밀아 - 별

https://youtu.be/bUECNZUPeU0

ⓒ 미화당레코드, 정밀아 - 낭만의 밤




4. 정수민 - 강남478(feat. 김오키, 진수영), 아메바컬쳐 - Then to now(with 김오키 새턴발라드)

ⓒ 포크라노스, 베이시스트 정수민


정수민, 김오키, 진수영은 <음악편애>에서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요즘의 한국 재즈도 잠시 들러야 하기에 뺄 수 없었다. 베이시스트 정수민은 상처와 아픔을 얘기한다. 궁중 족발 현장 등 상처가 있는 현장에서 연주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용히 퍼지는 베이스 소리에 유유히 퍼지는 김오키의 색소폰이 더해져 순식간에 깊은 몰입을 주는 정수민의 '강남478'이 네 번째 곡. 김오키와 함께한 아메바 컬쳐 컴필레이션 앨범 연주 영상은 서비스.


https://youtu.be/fNrF4v9MfIg

ⓒ 온스테이지, 정수민 - 강남478, 썸네일은 김오키.

https://youtu.be/0I3D1MovppU

ⓒ Stone Music Entertainment, 아메바컬쳐 <Then to Now> with 김오키, 우리에게 익숙한 크러쉬, 다이나믹듀오의 곡 연주도 들어볼 수 있다.




일부러 얼터너티브,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 포크, 재즈 등 국내에서 작은 장르를 골라 담았다. 소개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너무 많지만 의도로 충분할 것이다. 이외에 어어부프로젝트, 박윤우 트리오, 호란, 김사월, 김해원, 방백, 이랑, 황푸하, 잠비나이, 언니네 이발관, 새소년, 에고펑션에러, 강이채 등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스크롤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사실 책에서 의도적으로 아이돌 음악을 배제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의도적으로 아이돌 음악과 문화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천년 왕조가 없기 때문이기도, 왕따가 장차 없어질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K-POP은 군림이 아니라 공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유 노 클럽은 이제 잊어보도록 하자.



ⓒ 메인커버, Rolling Stone, Jeff Kravitz,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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