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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Jan 17. 2021

열등감 마주보기, 인정하기, 잊기

가토 다이조의 <비교하지 않는 연습>

지난달에 읽은 책은 괜히 손이 가지 않는 제목의 <비교하지 않는 연습>이다.

일본 심리학의 권위자, 그리고 생활심리학을 안내하는 가토 다이조의 신간이다.


시작부터 "난 못났어…"도 아니라고,

"난 대단해!"도 아니라고 말하는 책.


도대체 내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난 책을 거부하고 있었다.

'난 별로 열등감 없는데'

'열등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 tvND, 괴릴라데이트에서 인터뷰하는 뱃사공, 지나간 자격지심도 들춰버리는 솔직함.


돌이켜보니 나약한 모습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도피였다.


"우월해지려는 마음은 타인과의 교류를 어렵게 만들지만 열등감이 심한 사람은 우월해지지 않으면 매우 불안해한다. 그 결과 튀는 행동으로 자신의 인상을 남긴다. … 그럼에도 "난 평범한 삶을 거부해!"라며 제멋대로인 자신을 개성적이라고 해석한다." (p. 8)


다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다.


남과의 끝없는 비교

"타인에게 압박을 느끼면서 일에서 성공해 다른 실패를 보상받으려고 하면 인생은 막다른 길로 몰린다" (p. 15)


"성공해야만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공과 실패'의 측면에서 노력한다. 이런 사람은 항상 불안하고 불행하다. … 그 정도로 인정받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의존적이라는 증거다. 스스로는 자신의 마음을 지탱할 수 없어서 그렇다." (p. 16)


ⓒ 석가모니 트위터, 웃기라고 만든 캡션이겠지만 묘하게 찔리는 구석이 있다.

솔직히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했다. 다짜고짜 위로받으려고 산 책은 아니지만, 저주에 가까운 말을 늘어놓길래.

물론 막걸리 마시는 옆 테이블 아저씨가 하는 얘기는 아니다. 오랜 공부와 쌓인 경험에서 나온 실전 고수의 한 마디다.


다시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가 성취가 아니라 행복이라고, 돈이 아니라 만족이라고, 명예가 아니라 관계라고, 인정이 아니라 수긍이라고들 한다.

난 아직 덜 비워냈다. 난 내 일에서 인정받고 싶다. 그래, 성공하고 싶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

돌아보는 계기를 준다.



자신에 대한 경멸

"그동안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내가 나빠서 그랬다'라고 해석한다. … 이 사람은 자신을 멸시하는 사람에게 항의하지 못한다. 마음으로는 상대의 비난 섞인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p. 24)


"열등감이 심한 사람은 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를 이용하려는 교활한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골수까지 갖다 바치려고 한다" (p. 29)


인정하기 싫지만 분명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은연중 스스로를 얼마나 무시해왔던가.


단순히 직장이 아니더라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얼마나 나를 헌신해왔던가.

'나 알고 보면 이런 사람이야'


정작 중요한 건 인정받을 수 있는 내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신뢰다.


열등감의 원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있어도 열등감이 심해 인생이 고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않아도 즐겁고 충실한 인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p. 31)


"지금까지 열등감의 심리적 특징에 대해 말했으니 이제는 원인을 이야기해보겠다. 열등감의 원인은 소속감의 결여, 자기 인식의 결여다." (p. 31)


"초등학생이 시험에서 나쁜 점수를 받으면 열등감이 심해질까? 그럴 일은 없다. 열등감은 결과가 나빴을 때 생기거나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와 유대가 탄탄한 아이는 성적이 나쁘게 나와도 부모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함과 행복이 존재한다. 반면 부모와 심리적 유대가 없는 아이에게 성적이 나쁜 것은 괴로운 일이다. 따라서 서로 신뢰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압박만 된다." (pp.32-33)


"진심으로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열등감이라는 문제만 놓고 봤을 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큰 성공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p.33)


"달리기를 못해서 굴욕감을 느끼고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빨리 달리려고 열심히 연습할수록 열등감은 심해진다. … 반면 달리기를 좋아해서 열심히 연습한 사람은 빨라지든 그렇지 않든 심적으로 행복하다 … 달리기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pp. 34-35)


"단,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는 말을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한 다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성의를 다한 나를 받아들이자." (p. 36)


열등감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몰아붙이던 작가가 드디어 열등감의 원인을 진단한다.

요약하자면 인간관계에 신뢰가 없는 사람,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열등감을 느낀다고 한다.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지만, 우리 주변의 사회 이슈들이 이를 증명한다.

얼마 전까지는 '성적을 비관한 학생'이라는 헤드라인이 달렸다면, 최근에는 '성적 꾸지람에 비관한 학생'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띈다.

매년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성적을 비관해서, 아니 성적을 비관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비관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


열등감은 경험 자체가 아니라 관계의 실패, 자기 인식의 실패에서 출발한다.


사실보다 해석이 중요하다

"우울한 사람은 결국엔 뭐든지 거부하고 무관심해진다." (p. 50)


"불행이란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 우울증인 사람은 똑같은 경험에도 말도 안 되는 가치를 붙여버린다. 한마디로 실패를 과장되게 부풀린다. 작은 실패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p. 51)


ⓒ MBC, 놀면뭐하니에서 인터뷰하는 조병규, '연예인들 참 좋겠다'하는 막연한 생각이 머쓱해진다. 26살에 500번 오디션이면 일주일에 세 번만 해도 3년 반이 된다.


나를 포함해 많은 취준생들이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비단 취준생들뿐만 아니라 실적에 압박당하는 직장인들, 성적에 매달리는 학생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바보라서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패가 거듭되면 있던 자신감도 사그라들고, 단단했던 자기 신뢰도 금 가기 마련이다.


그래, 그래도 책에서는 실패를 과장되게 부풀리지 말라고 한다.

처음 나온 위로다.


내 존재에 대한 신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를 바꾸는 건 결국 나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 받았다'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사실은 내게 상처를 준 주체는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내 열등감이 상대의 말에 반응했을 뿐이다." (p. 152)


"만일 내게 열등감이 없었다면 상대의 말은 내 안에서 어떠한 반응도 일어나지 않고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니 타인의 말로 괴로운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신뿐이다." (p. 152)


"자신감의 결여는 일정한 사실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특정한 반응을 일으킨다" (p.156)


"자신을 믿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평소에 작은 것부터 자신에게 솔직한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매일매일 노력으로 갈고닦아야 한다." (p. 158)


물론, 상대의 독설에 잘못이 없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독설이 우리에게 담기느냐, 지나쳐가느냐다.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가끔 출연한 복귀 연예인들, 특히 마음의 깊은 짐을 극복하고 출연한 연예인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감의 회복과 관계의 재정립이 얼마나 사람의 태도와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는지 고찰하게 된다.


마지막 말처럼, 간단한 경지는 아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솔직하고, 다시 회복하는 단련의 연속….


누구나 바뀔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은 행복하게 즐겁게 사는데 왜 나만 열등감에 괴로워하는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않아도 즐거운 인생을 보내는 사람들은 많다." (p. 187)


"어떤 시도를 할 때 언제나 결과가 좋을 수는 없다. … 그러나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다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하고 다음번에는 성장을 선택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p. 188)


"곤경이나 혼란이 예상돼도 퇴행이 아닌 성장을 선택할 수 있다. …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이 인격의 재구성이다. 쉽게 말해 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새로운 자신을 만드는 것, 그것을 게을리하면 열등감은 온전히 내 책임이 된다" (pp. 188-189)


'나와 비슷한 조건', '이 사람은 나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태도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과의 비교보다는 매일 달라지는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이다.


인격의 재구성, 가능할까?


의심 전에 실패보단 성장에 초점을,

열등감보다는 솔직함에 초점을 두고 살아보자.




스스로를 속이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문득 드는 생각이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거절하는 연습', '스스로 인정하기' 등도 결국 관계의 재정립과 자기 신뢰의 회복에 목적이 있다.


'열등감은 누구나 있다'며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작가는 경고한다.

제대로 알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흔한 자기계발서지 뭐.

그래, 그것보단 가끔씩 나타나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에 대해 한번 깊게 생각해보는 자세가 건강할 것이다.


'비교하지 않는 연습'

무엇을 비교할까.

무엇에 대해 솔직할까.


눈을 가만히 감으면 내 마음에 떠오르는 불안.


마주보자, 인정하자, 그리고 잊자.

아니, 다시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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