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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Oct 21. 2020

내 인생의 난제

"야 일어나!"


승우를 깨우는 찬웅이 목소리가 교실에 퍼진다.

매일 졸린 눈을 하고 있는 승우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쩌다가 승우가 늘 '못하겠다'는 말만 하게 된 걸까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곧 나를 포함해 내 주변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낙방 소식, 탈락 소식, 취업률 소식, 출생률 소식, 부동산 소식, 경제 소식, 사회 면 소식들을 듣고 있자면 어느새 우리도 천방지축에서 재갈 물린 망아지가 되어 있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대충 …"


얼마 전 친구들과 모임에서 내뱉은 상현이의 한 마디에 다 같이 공감했던 게 떠오른다.

요즘 시대 남녀노소 불문 무언가 도전하기 전에 지레 실패할 것 같아 겁부터 먹게 되는 건, 단순히 우리의 도전 정신 부족뿐 아니라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 사회 구조도 한몫할 것이다.




그러나 매일이 성공일 수 없듯이, 매일이 실패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구도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내 인생의 난제, 한 번쯤 생각을 달리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른바 '선형 계획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댄치그의 '난제' 일화는 유명하다.

버클리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던 댄치그는 어느 날 수업에 지각하게 된다. 수업의 앞 뒤 맥락을 모른 채 칠판에 쓰여 있던 두 문제를 본 댄치그는, 그 문제가 숙제라고 생각해 노트에 받아 적은 뒤 집으로 가져간다. 며칠간 열심히 문제를 푼 그는 교수님에게 그 풀이를 제출한다. 약 일주일 뒤에 아침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교수가 당황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댄치그가 풀어낸 그 문제는 사실 숙제가 아니라 교수가 소개했던 통계학에서 풀리지 않고 있는 난제들이었던 것이다. 후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쩐지 평소보다 어렵다"라고 전했다.


ⓒ 한국경제, 댄치그의 일화는 영화 <굿윌헌팅>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댄치그의 황당한 난제 풀이 일화는 웃기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역대 육상 대회 기록 경신을 보아도, 인간의 한계라고 정해졌던 '마의 00초' 기록이 깨지는 순간 연달아 기록이 경신되는 순간을 우리는 얼마나 보아 왔던가.

어렵고 안 될 것만 같은 나의 난제도 사실은 곧장 풀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매일같이 졸던 승우도, 매일 낙방하는 상현이도 댄치그가 될 수 있다.

그들이 마주한 게 난제가 아니라고 믿는다면.


1976년 포드 대통령으로부터 국립 과학 메달을 수여받는 조지 댄치그



ⓒ 메인 커버, Linkedin, Ajay Bapi G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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