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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Jan 26. 2021

서태지를 모르는 세대에게

서태지를 아느냐고.


글쎄.

그래, 모른다.


넷플릭스 구독도 하냐고.


'왜요? 안 하는데요'




"울트라맨이야!",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난 내 삶의 끝을 본 적이 있어" …


난 그때 같이 뛰지 않았다.


'문화 대통령이래'


아직도 수식어가 대통령이라니.

무슨 놈의 대통령 임기가 이렇게 길어. 5년이 임기 아닌가.


아 참,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가 언제지.

1990년대.

그래. 임기가 길어도 그만.




친구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잔다.

어디 있게.

소격동이다.


소격동은 어디게.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곳.

아니, 전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왼쪽은 국군기무사령부. 오른쪽은 국립현대미술관. 2010년 서울 복합문화공간 건축설계 공모 이후 같은 건물이다.


아니, 서태지가 어릴 때 살던 곳이다.

민방위 훈련을 할 때면 탱크가 지나가던 곳이란다.


녹화사업을 할 때면 어떤 학생들은 손 묶이던 곳.

등화관제 훈련을 할 때면 어떤 어른들은 숨죽이던 곳이란다.

이제 30년이 지났단다.


'좌파’냐고.

글쎄.

아니.


'그때 살아봤냐'고.

그럴 리가.




국립현대미술관.

아니, 소격동에 가는 길.


서태지의 컴백 앨범 타이틀 곡, "소격동"을 듣는다.

뉴스룸에서 인터뷰를 했다기에 한번 들러본다.


JTBC 뉴스룸의 문화초대석 코너 중 서태지. 보통 15분 내외지만 서태지가 나온 방송 분에는 30분이 편성됐다.


손: 혹시 정치사회적인 의미를 담아서 하신 건가요.


서: 아니요. 이 노래는 제가 어렸을 때 있던 한옥 마을에 대한 추억.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 정도만을 표현했어요.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저는 정말 예쁜 마을에 살았지만….

실제로 제 마을에서 이렇게 쳐다보면 보안사가 있었고, 민방위할 때만 해도 탱크가 지나가던 그런 동네였어요. 검문검색도 많이 했고. 80년대, 그 서슬 퍼런 시대를 설명하지 않고는 이 소격동이라는 노래를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그런 얘기가 들어갔지만. 실제로 노래는 정말 예쁜 마을에 대한 추억이에요.


https://youtu.be/WH0iiU0cv00

ⓒ 서태지, "소격동" 뮤직비디오.




박수근, 백남준, 김환기. 그 외 , 이우환, 이응노, 신학철, 구본웅 등. 새롭게 단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들은 수고한 발걸음들이 아깝지 않을 만큼 너무 훌륭했다.


불과 몇십 년 전 무거운 발자국만 가득하던 곳에,

이제는 경쾌함만 흐른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도 흐른다.


우리 동네 뒷산인 봉산에서 백여 년 전 허겁지겁 내달리던 군사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가벼운 발자국만. 가끔씩 막걸리병과 리본들이 보인다.


깊게 생각할 거 있을까.

시간이 지난 것이지. 사람들이 바뀐 것이지.




나는 서태지를 모른다.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도 서태지를 모를 것이다.


서태지만 모르나. 룰라도 모른다. 홍경민도 모른다. 백지영도 모른다. 터보도 모른다. 코요태도 모른다. 신화도 모른다. 지오디도 모른다. 비도 모른다. 이효리도 모른다. 아이유도 모른다. 곧, BTS도 모른다.


깊게 생각할 거 있을까.

시간이 지난 것이지. 사람들이 바뀐 것이지.


그런데 왜 갑자기 서태지 얘기냐고.


근처 동네 소격동에서 허겁지겁 내달리던 어린이들이 떠올라서.

이제는 가벼운 발걸음만. 가끔씩 커피잔과 단팥죽이 보여서.




소격동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마치 <무진기행> 속 무진에 다녀오는 기분이다.


소격동에 특산품이 있는지?


있지.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있지. 바로 허겁지겁 내달리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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