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좋은 건 혼자 다 먹었네"
"나도 좀 줘!"
예전부터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살가운 사이다.
연휴가 지나고 분리수거하러 갔다가 마주친 경비 아저씨의 촌철살인이다.
그게 벌써 반년 전.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채운다고,
반년 간 맛있는 건 혼자 다 먹으며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안중에 없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 건물은 상암동에 있었다.
임대 오피스였지만, 번듯했다.
건물 환경미화원의 휴게실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뉴스에서나 볼 법한, 열악하지 그지없는 휴게 공간이었다.
층마다 위치한 방재실 복잡한 통로와 선 아래 어정쩡하게 위치한 매트들,
그 위가 이 번듯한 건물 환경미화원의 보금자리.
자리로 돌아가는 길 비치는 임원들의 유리문 방이 괜시리 얄밉다.
나도 별 거 있을까.
인사만 괜히 더 크게 건넬 뿐, 자리로 돌아가 모니터만 쳐다보기 바쁘다.
또 좋은 건 혼자 다 한다.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 일은 매주 목요일이다.
분리수거를 할 때면 경비 아저씨들이 나와 동 마다 분리수거를 도우시곤 한다.
이런저런 스몰 토크를 하며 나누는 정은 덤이다.
유난히 추운 요즘,
얼어붙은 길바닥처럼 분리수거하러 나온 사람들 입도 꽝꽝 얼어 인사 없이 삭막하다.
말없이 분리수거를 돕는 경비 아저씨 뒷모습이 짠하다.
"맛있는 건 혼자 다 먹었네"
반년 전 경비 아저씨의 말이 맴돈다.
쌓이는 분리수거물 위 각종 음식물 포장이 즐비하다.
문득 따듯한 두유 생각이 난다.
친구와 삼겹살 먹으러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두유라도 사서 경비 아저씨에게 드려야지.
편의점에서 두유를 네 개나 사니 아주머니가 묻는다.
"다 사시게요?"
"여기 앞에 경비 아저씨들 드리려고요"
두유를 비닐봉지에 넣으면서도 아주머니의 손이 조심스럽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베지밀 사러 갔다 오는 사이 택배 아저씨도 마주쳤다.
설 연휴가 지나 바쁠 것이 분명했다.
"아이고, 고마워라"
경비 아저씨를 부르고 두유를 건네니 아저씨 손이 멈칫멈칫한다.
옆에 다른 경비 아저씨는 자기 순서 오길 기다리며 눈만 번뜩.
말없이 베지밀 병만 볼에 갖다 대는 아저씨 모습에 울컥한다.
이번엔 택배 아저씨,
"아저씨, 바쁘실 텐데 늘 감사해요, 힘내세요"
"이게 뭐야. 감사해요. 휴. 안 그래도 오늘 하차가 빨리…"
그 자리에서 병을 비운다.
집에서 글을 쓰며 내일 날씨를 본다.
최저 기온 영하 4도.
몸도 마음도 꽝꽝 얼리는 한파야, 그만 끝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