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이 무색하다.
별로 쓴 것도, 한 것도 없는 채로 5월을 맞았다.
직장이 멀어서 멀리로 이사를 왔다.
텅텅 빈 집에 살림을 꾸릴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귀찮기도, 걱정되기도 했다.
하염없이 새는 시간과 돈을 그냥 바라보면서, 몸은 몸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일과 약속에 마음 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글을 자주 쓸 때는, 또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여기선 처리, 처리, 처리. 처리할 게 산더미다.
해야하는 일들만 하는 것은 정말 노동의 영역이다. 사람은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브런치의 알림을 받았다.
구독자, 라이크 알림이 아니라 글 좀 쓰라는 핀잔이었다.
고마웠다.
책상에 앉아 무언갈 쓰려고 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마음 속이 텅 빈 느낌.
쏟아내야 하는 게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많이 들어서.
지난 봄에 재밌게 읽었던 이병률의 산문집을 꺼낸다.
생각지도 못한 낙엽이 있다. 내가 주워서 책갈피로 끼워놨던 낙엽이다.
낙엽에 이끌려 몇 장을 넘기니 금세 하고 싶은 얘기들이 샘솟는다.
우연한 계기로 <웹툰 작가 되는 법>이라는 영상을 봤다.
짧게 잡아야 5년이란다. 뭐하면 1년, 뭐하면 2년, ….
창작과 예술의 영역도 이제는 시간과 돈의 논리가 앞선다.
그냥 하면 안 될까? 난 정형화된 글도 좋지만, 유튜브에 달리는 긴 댓글들만 봐도 글같다.
데이비드 핀처는 행복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창작할 수 없단다.
그건 물리학이란다.
진짜 그럴까?
어쨌든 부족과 결핍이 있어야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건 맞는 것 같다.
각 진 곳에서 살다보니, 또 한 눈에 봐도 훤히 보이는 곳에서 살다보니.
둥글게 흐르지 못하고, 끼워맞추며 살게 된다.
이 공간에 정말 없는 것은 살림살이가 아니라 내 고민과 마음이다.
도미닉 밀러의 "Angel"을 듣는다.
남루한 차림이지만 방긋웃는 관객들이 부럽다.
당연히, 나도 못할 건 없겠지.
반은 의무감에, 반은 토로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지웠다 한다.
빈 마음 속에 그래도 하고싶은 얘기들이 샘솟는 걸 느낀다.
이사 후 첫 주. 저녁엔 또 약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