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to 12

by 김승일

아침 6시에 나가서 밤 12시에 들어오는 일상이 한 달째.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정신승리와는 딴 판으로 몸은 망가지고 있었다.


미치도록 바쁘다가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며 허탈함에 웃기도 많이 웃었다.


두 권의 책을 읽고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나이가 먹으면 머리가 굳어, 30살이 넘어가면 종합병원이야"같은 신화적 정언을 지극히 싫어했던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 문장으로 숨고 있었을까.


어제는 판교로 출장을 다녀왔다.

밥도 못 먹고 일하는 인부, 좋은 X를 끌고 오는 방문객들,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매니저들까지, 바쁜 와중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그 순간 한 발짝 멀어지는 기분.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늘 새로운 일터를 찾았다.

그치만 이젠 그게 답이 아닌 것을 안다.


바닷가재가 탈피를 하면서 성장한다는 얘기를 알고 있다.

껍질을 벗으며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죽지 않을 수 있지만,

동시에 탈피를 하는 게 너무 힘들어 쇼크사로 죽기도 많이 죽는단다.

성장하기 위해 웅크리고 버티는 것도 좋지만 빨리 벗어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탈피는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지만.


두 달째 학원을 다니고 있다.

바빠서 한 주를 못 갔지만 재밌다. 원대한 꿈보다 사소한 목적이라도 찾은 것 같아 기쁘다.

그 녀석들의 스토리도 끊임없이 짜고 있다.

목숨 걸지 않고 그냥 해보려고 한다.

껍질이 너무 단단해지기 전에,

내가 껍질 속에 갇혀서 죽기 전에 빠져나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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