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일 Dec 03. 2021

6 to 12

아침 6시에 나가서 밤 12시에 들어오는 일상이 한 달째.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정신승리와는 딴 판으로 몸은 망가지고 있었다.


미치도록 바쁘다가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며 허탈함에 웃기도 많이 웃었다.


두 권의 책을 읽고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나이가 먹으면 머리가 굳어, 30살이 넘어가면 종합병원이야"같은 신화적 정언을 지극히 싫어했던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 문장으로 숨고 있었을까.


어제는 판교로 출장을 다녀왔다.

밥도 못 먹고 일하는 인부, 좋은 X를 끌고 오는 방문객들,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매니저들까지, 바쁜 와중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그 순간 한 발짝 멀어지는 기분.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늘 새로운 일터를 찾았다.

그치만 이젠 그게 답이 아닌 것을 안다.


바닷가재가 탈피를 하면서 성장한다는 얘기를 알고 있다.

껍질을 벗으며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죽지 않을 수 있지만,

동시에 탈피를 하는 게 너무 힘들어 쇼크사로 죽기도 많이 죽는단다.

성장하기 위해 웅크리고 버티는 것도 좋지만 빨리 벗어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탈피는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지만.


두 달째 학원을 다니고 있다.

바빠서 한 주를 못 갔지만 재밌다. 원대한 꿈보다 사소한 목적이라도 찾은 것 같아 기쁘다.

그 녀석들의 스토리도 끊임없이 짜고 있다.

목숨 걸지 않고 그냥 해보려고 한다.

껍질이 너무 단단해지기 전에,

내가 껍질 속에 갇혀서 죽기 전에 빠져나와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자하문 오후 4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