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앉을 때,
식당 자리를 찾아 들어갈 때,
처음 가는 시선이 구석 자리인 것은 왜일까.
영화 블루 재스민을 보다가
언니의 남편이 바람난 것을 상상해본다.
물론 내 남편은 가구 수리 일을 하며 만 이천 달러를 모아 사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이다.
사교계를 묘사하는 영화에서 나누는 대화에 헛웃음이 나오는 건 감독의 의도일까 내 편견일까.
시집을 보다가 질려서 옆에 놓인 에세이를 펼치고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금방 까먹어버릴 영상들을 보다가
인스타그램도 들어가 봤다가 ….
바다에 놀러 갈 때면 이리저리 부유하는 해파리들을 보며 참 재미없겠다 생각했다.
해파리는 최소한 신세한탄이나 후회는 없지 않을까.
수도원에 들어가듯 공부하겠다고 떠난 친구도 감감무소식
음악 하겠다고 장비를 사들인 동네 동생도 감감무소식
그림을 그리겠다고 떠벌린 내 지난날을 기억하는 친구들에게 나도 감감무소식일까.
이런저런 자극에 나를 마취시키는 날들의 연속
내가 요즘 보는 작품들의 제목은 이렇다.
"달리기를 말할 때 …", "내 생애 단 한 번 …",
어떤 작품들의 설명은 이렇다.
"자식 셋을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 "학대당한 셀리,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 "평범한 생활에 묘미를 더하고 싶은 요리 524가지 …", "돈을 벌기 위해 당도한 한 남자의 집에서 …"
모아놓고 보니 이상한 사람 같네.
직장을 고르는 것은 결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선택을 선택하는 것도, 또 선택에 취향이 들어가는 것도. 필연 기쁨과 후회가 따르는 것도.
혼인지속기간이 작년 대비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내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 "어차피 마음 떠난 사람은 뭘 해도 떠나"
집으로 가는 길 강남대로 한 복판을 걸어가다 보면
음식점 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들을 그렇게 피운다.
한남티콘 저리 가라 할 법한 복제인간들이 저마다 한탄을 늘어놓는다.
2025년엔 AI로 특이점이 온다는데, 이미 복제인간은 널리고 널렸다.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가끔은 생각에 잠긴다.
난 눈 오는 게 싫더라
비 오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기해
회사 다녀서 좋겠다
무슨 와인 마셔
혼자 지내며 소주보다 와인,
냄비째보단 예쁜 그릇,
라면보다 소고기뭇국,
찾게 되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