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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Jan 19. 2022

해파리 진저

버스에 앉을 때,

식당 자리를 찾아 들어갈 때,

처음 가는 시선이 구석 자리인 것은 왜일까.


영화 블루 재스민을 보다가

언니의 남편이 바람난 것을 상상해본다.

물론 내 남편은 가구 수리 일을 하며 만 이천 달러를 모아 사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이다.

사교계를 묘사하는 영화에서 나누는 대화에 헛웃음이 나오는 건 감독의 의도일까 내 편견일까.


시집을 보다가 질려서 옆에 놓인 에세이를 펼치고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금방 까먹어버릴 영상들을 보다가

인스타그램도 들어가 봤다가 ….

바다에 놀러 갈 때면 이리저리 부유하는 해파리들을 보며 참 재미없겠다 생각했다.

해파리는 최소한 신세한탄이나 후회는 없지 않을까.




수도원에 들어가듯 공부하겠다고 떠난 친구도 감감무소식

음악 하겠다고 장비를 사들인 동네 동생도 감감무소식

그림을 그리겠다고 떠벌린 내 지난날을 기억하는 친구들에게 나도 감감무소식일까.


이런저런 자극에 나를 마취시키는 날들의 연속

내가 요즘 보는 작품들의 제목은 이렇다.

"달리기를 말할 때 …", "내 생애 단 한 번 …",

어떤 작품들의 설명은 이렇다.

"자식 셋을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 "학대당한 셀리,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 "평범한 생활에 묘미를 더하고 싶은 요리 524가지 …", "돈을 벌기 위해 당도한 한 남자의 집에서 …"

모아놓고 보니 이상한 사람 같네.




직장을 고르는 것은 결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선택을 선택하는 것도, 또 선택에 취향이 들어가는 것도. 필연 기쁨과 후회가 따르는 것도.

혼인지속기간이 작년 대비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내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 "어차피 마음 떠난 사람은 뭘 해도 떠나"


집으로 가는 길 강남대로 한 복판을 걸어가다 보면

음식점 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들을 그렇게 피운다.

한남티콘 저리 가라 할 법한 복제인간들이 저마다 한탄을 늘어놓는다.

2025년엔 AI로 특이점이 온다는데, 이미 복제인간은 널리고 널렸다.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가끔은 생각에 잠긴다.

  난 눈 오는 게 싫더라

  비 오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기해

  회사 다녀서 좋겠다

  무슨 와인 마셔


혼자 지내며 소주보다 와인,

냄비째보단 예쁜 그릇,

라면보다 소고기뭇국,

찾게 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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