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일 Mar 30. 2022

아빠 용돈 안 부친 달

- 꽃 사진 너무 예쁘다 엄마.

- 엄마도 꽃 같아.


- ㅎㅎ 땡큐 (하트)


다정한 모자 지간에 훼방 놓는 이 누구냐.


- 아빠는 화분 같냐?


- 아부지는 나무 하셔야죠.


- 알았다. 나뭇가지하께.


아빠다.




22년 3월,

하룻강아지가 돈 벌고 다니며 제일 힘든 달.


아니, 친구들하고 노느라 바빠서

애인이랑 맛있는 거 먹느라 바빠서

아빠 용돈을 못 드렸다.


이자 명목으로 부치는 아빠 용돈.

엄마가 아빠 미안하지 않게 미리 손을 써뒀다.


내가 번 돈 다 부모님 드려도 아깝지 않다고,

(사실 엄마를 위해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살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학원비다 경조사다 말 안 되는 이유로,

돈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돈을 도저히 부칠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이 아름다운 아침 김창완입니다> 듣는데,

아빠 안전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새삼 아버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터지고 희뿌연 먼지가 가득 묻은 아버지의 안전화.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학교 끝나고 돌아와 문을 열면 나를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 아빠 오늘도 현장 갔다 왔어

- 어 그럼 갔다 왔지

더운 날엔 더 더운 곳에서, 추운 날엔 추운 곳에서 몸을 떠셨을 아버지.

어렸을 땐 다른 친구들 아버지처럼 양복에 구두를 신지 않고

항상 낡아빠진 작업복에 안전화를 신는 아버지가 부끄러웠습니다.

좋은 브랜드도 아니었죠. 그냥 낡고 싼 것만 신으셨습니다.

그런데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안전화는 갑옷과 같았다는 것을요.

제가 첫 월급 타고 처음으로 아버지께 비싸고 좋은 안전화를 사드렸습니다.

- 아이고 나보고 천년만년 돈 더 벌어오라고 사주는 거냐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제가 사드린 안전화에 먼지가 묻은 채로 집에 신고 들어온 적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게 아버지 마음이겠죠.

좋은 신발을 신으면 주인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데

우리 아버지 다치지 않게 보살펴 주었으면 합니다.

이십 대 아들보다 더 단단한 근육을 가진 아버지가 누구보다 존경스럽고 멋집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아빠 미안해.

나 어릴 때, 신대방동 비 새는 집에 살 때,

크리스마스 때면 아빠는 선물을 사 왔었는데.


오늘은 내 마음에 비가 새는 날.

아빠 고마워.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먼 곳의 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