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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란 Jan 11. 2022

종이위의 마법사

-수채화의 마력


결론적으로 난 수채화 그림이 좋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수채화로 시작하더라도 아크릴을 사용해서 완성하게 되거나 아크릴로 그림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림의 결과만 좋다면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내 그림은 아크릴화도 아닌 수채화도 아닌 어느 재료도 극복해내지 못한 느낌이 들어 불만족이다.     

수채는 맑고 담백하며 순간적인 물의 번짐을 이용하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있는 반면 아크릴은 수채느낌도 낼 수 있지만 유화같은 느낌도 낼 수 있고 빨리 마르기 때문에 작업이 쉽고, 위에 물감을 불투명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수정이 용이하다.

안정적이고 색감이 잘 표현되고 실패할 확률이 없는 반면 단점은 아크릴은 예리함이 없다고 할까? 숨막히는 짜릿함이 없다고 할까?

수채화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결코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물의 기약없는 번짐을 보며 실패를 맛보거나 생각지 못한 색의 완성을 보게 된다.     

사랑에 비유를 한다면 아크릴은 돈많고 온화하고 나에게 잘해주고 변함은 없지만 평범한 남자이고 수채는 까칠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고 나를 감동시키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한마디로 마성의 남자라 하겠다.

안정적인 결과에 만족하느냐 실패하더라도 순간의 감정에 따르느냐...

물론 아직 그림이라는 입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나로서의 느낌이다.

특히나. 처음 동화일러스트를 시작할 때 아크릴로 시작했기 때문에 수채화는 알아가고 있는 중이긴 하다.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수채화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표현이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그림에 있어서만은 지저분함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아크릴로 가리게 된다.

아크릴과 수채화의 그 중간에서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일본의 동화일러스트레이터 이와사키치이로처럼 귀엽고도 단순하면서도 생략될 것은 생략된

또 강렬하기도 하면서 나만의 색감을 가진 동화를 그리고 싶다. 그게 꿈이도 하고...     

얼마전 우연히 제주도서관에 갔다가 빌려온 헤이즐 손 여사의 책 ‘종이위의 마법, 수채화’를 보며 바로 이것이라는 무한감동을 받았었다.

그녀는 68세의 영국출신 화가인데, 강렬한 색감과 과감한 붓터치, 한 두 번의 터치로 정말 종이위에서 마법처럼 장면이 연출된다.

특히 색감이 너무나 충격적인데 그 이유는 그녀가 파일럿이기도 해서, 자신의 단발엔진항공으로 아프리카로 가서 그곳의 풍경을 많이 그려서 강렬하고 토속적인 느낌이 난다.

얼마나 멋있던지... 흥분되어서 동영상도 찾아보고 인터뷰도 보고 했다.

예전에 침팬지를 키우고 연구하던 박사처럼 생긴 분이었는데, 상상처럼 멋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한 이틀정도 열광했었나? 

곧 멍하고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시간이 많다.

심장이 굳어 버렸나? 어디로 가버렸나? 


힘을 내자.

깨어나자.

심장아 다시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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