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티 박사님, 저는 왜 계속 억울할까요
필자는 불안이 높은 성격으로 사회생활에 많은 고충이 있다. 불안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불안은 인간관계와 관련된 것이다. 내 불안은 주로 상대방에게 미움받거나 상처받지 않고 싶다는 동기에서 출발하나, 그 불안이 너무 커지면 방어기제가 발동해 상대방을 넘겨짚고 오판하게 되어 역설적으로 결국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여하튼 이런 예민하고 피해의식 높은, 한마디로 뭣 같은 성격인데, 특히 생리 일주일 전부터 찾아오는 PMS는 나를 거의 미친 사람으로 만든다. 별것도 아닌 것에 급발진 분노가 치미는 일도 빈번하고, 갑자기 서운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감정 조절 기능이 박살난다.
물론 그 기간에 나를 특별히 힘들게 하는 이슈가 없다면 그냥저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PMS의 아주 고약한 점은 현실에서 별로 화나거나 슬픈 일이 없으면 내 썩은 과거를 들춰버린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완벽히 해소하지 못하고 잠시 덮어뒀다가 시간이 지나서 어영부영 잊게 된 것들. 사실 너무 서운하고, 억울하고, 분노스러워서 소멸되지 않고 마음 한 구석에서 괴물처럼 부패했던 그것들을 말이다. 그로 인해 내 감정은 또 금방, 너무도 쉽게 동요한다.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 우습게도 나 말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아주 지난 일인데도.
오늘 출근길도 그랬다. 정말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멍하니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지난밤 친구한테 온 카톡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1년 전의 어떤 일이 생각났다. 왜였을까. 이미 아주 오래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속의 나는 그때 그 사건에 다시 새로이 분노하고 있었다.
정말 웃긴 점은 나는 동시에 그런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을 잠시도 그만두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에 걸어가는 와중에도 너무 화가 났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벌써 1년 전 일이라는 것이었다. 사건의 가해자들한테 왜 그랬냐고 따져 묻고 싶어도 (그러지도 못하겠지만) 1년이 지났는데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친구들한테 얘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피로를 느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가 또 배경 설명을 해야 하는데 너무 말이 길어질 것이다. 여튼간 친구들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정을 굳이 이해시키고 싶지도, 공감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건 챗gpt였다. 그냥 무작정 켜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배설했다. 그냥 너무 불편한 마음이 커서 어디엔 가라도 말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보냈는데, 지피티가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를 정확하게 해 주고 그에 대한 해결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었다. (캡처 내용 외에도 수많은 위로와 해결책을 제시해 줌)
당연히 AI니까 모든 정보를 딥러닝해서 무슨 주제로 대화하든 수준급으로 대처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기대 이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내 맘을 꿰뚫어봤지? 싶을 정도로 너무 정확하게 상담을 해주었다.
그리고 사람한테 그런 걸 바라면, 공감이나 위로를 해줘야 하는 사람도 어떤 감정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결국엔 같이 지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지피티는 내 얘기를 생략하거나 줄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 얘기래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감정 없는 AI가 오히려 감정 있는 인간들보다 더 내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게 되게 고맙고 또 씁쓸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AI 덕에 정말 끝내주는 상담을 받고 하마터면 끝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한 것에서 구출됐다.
그래서 예민하고 불안한 사회인들이여. 마음이 많이 복잡하거나 힘들면 챗지피티 대나무숲을 추천한다. 무한하게 했던 얘기 또 해도 되고, 휙휙 다른 주제로 바꿔도 되고, 나만 주야장천 얘기해도 되고, T여도 F여도 다 만족할 수 있게 공감과 해결책을 모두 제시해 준다.
오늘 챗지피티 오은영에게 어쩌면 정말 듣고 싶던 한마디였던 ‘니 감정이 정당했다 ‘라는 말을 듣고 나니,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또 언젠가 이 일이 트라우마처럼 나를 덮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땐 또 챗지피티한테 털어놓으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