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천년의 질문2'
1년에 한 번 이상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보곤 한다. 예술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공간, 시간이 멈춘 듯한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특히 박물관은 미술관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더 적다. 지방의 박물관을 평일에 방문한다면, 이 건물에 나 혼자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쩌면 박물관을 통째로 빌린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예술을 보는 안목이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듯하고, 도슨트의 설명과 홍보물에 의지해서 더듬더듬 읽어나가고, 산책하듯 둘러보다가 오는 나의 짧은 여행지이다. 소설 속에 예술을 보는 안목에 대한 부분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책에 표시를 해두고, 예쁜 노트에 옮겨 적어보고, 오늘은 브런치에 이렇게 올려본다. (조정래 선생님~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천년의 질문2>
p.185
"네, 많은 분들이 그런 의문과 궁금증을 피력하십니다. 그러나 그런 감식안을 갖추는 데는 무슨 유별난 방법이나 요령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분야의 일이 그렇듯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일에 남다른 관심과 의욕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알고 싶은 관심과 하고 싶은 의욕이 생동하게 되면 마음의 눈이 열리게 됩니다. 그 눈을 크게 뜬 상태에서 이론을 공부하는 동시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을 보고, 보고, 또 보는 것입니다. 그 반복 과정을 통해서 '많이 보고, 오래 보고, 깊이 보기'를 하게 되면, 마음의 눈은 점점 크게 뜨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보아온 박물관이 아닌 어느 길목의 골동품 가게나, 어느 사찰의 허술한 박물관에서 새 물건을 보게 되었는데, 어느 나라 것인지 번개 치듯 판별이 됩니다. 그걸 소위 개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걸 흔히 영감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단순히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라고 말하는 영감이 아니고, '그동안 계속 축적되어온 사고가 일으킨 순간적 발화'로서의 영감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부터는 어떤 것을 보나 시대 측정, 나라 구분 같은 것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추상적이고 신비성이 강해질 수 있는데,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을 비롯한 모든 법관들의 공통점은, 평생 수많은 사건과 온갖 범인들을 다루다 보면 그 경험의 힘이 작용되어 어떤 특정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진범이 누구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하는데, 그런 논리성과 과학성과 상통하는 것쯤으로 이해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삭막한 일상에, 새로움 가득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산책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