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사랑스러운 제주도를 혼자 걷게 된 그때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과 단체 카톡방에 '제주 단체여행' 사진 한 장이 올라온다. "그때 너무 재밌었다. 너무 좋았다. 다시 가고 싶다. 언제 갈래?"로 시작하는 도돌이표. 반복되는 멘트로 여행 참가자 5인의 대화가 시작된다. 재밌게도 그 여행 참가자 1인을 제외하고, 해마다 반복되는 이야기 ㅎㅎ
참가한 사람들은 너무 재밌다고 하고, 올라온 사진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고,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화려한 SNS 사진을 보며 부러워하듯 좋았겠다를 반복한다. 난 왜 좋았다는 생각보단 피곤하고, 힘들었다는 생각이 날까?
단체 여행은 참가자 모두의 생각보다 다수의 생각으로 진행된다. 나 또한 순응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여행의 기획자의 의도에 맞게 행동하며 3일을 보냈다. 다수의 의견이 아닌 소수 1인의 강력한 의견으로 진행되었던 그때 제주!
'이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지금 여길 간다고?', '여기가 네가 숨겨둔 여행지라고?', '정말 제주도 여행 많이 한 거 맞아?', '다른 사람의 생각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니?'라고 묻고 싶은 질문을 참으며... 제주도 여행 전문이라고 자부하던 1인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되어 우리는 1인의 기획 의도에 충실히 따랐다. 난 사진마다 모두 웃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 외에는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편해 보이는 그 사진 속에서도 난 편하지 않았다. 여행이라는 낭만적인 시간 속에 나의 감정이 타인에게 불편을 일으키지 않도록, 참고 또 참고, 그리고 웃었던 제주 단체 여행의 기억.
난 혼자이지만 혼자 여행을 무서워한다. 겁도 많고, 혼자 여행은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도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용수철을 한 방향으로 세게 당기면, 놓았을 때 반대 반향으로 튕겨 나가듯, 나의 혼자 여행은 위에 단체 여행 후 처음 시작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도에 나만의 예쁜 그곳을 걷고 싶다. 그렇게 나는 처음 혼자 여행을 시작했다.
SNS는 카톡 이외엔 하고 있지 않지만 그때 나는 SNS에 자랑하기 좋은 화려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모임, 화려한 장소, 여기저기 모임 참석과 진행까지~ 누가 봐도 정말 바쁘게, 재밌게, 외향적인 사람보다 더 외향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내 마음은 그 누구보다 초라했고, 나날이 헛헛해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많이 힘들고,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때, 나는 제주도로 혼자 떠났다.
'비자나무' 숲 비자림은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곳이다. 들어서는 순간, 제주도 화산 특유의 붉은, 중간중간에 검은흙을 볼 수 있다. 잎사귀가 한자 아닐 비 '非'를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비자나무 숲을 걸으면 그냥 좋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비자림을 찾아가다 보면, 구좌읍의 당근밭을 지나가게 된다. 새까만 흙과 반대로 형광 초록색 당근 잎이 보색 대비를 이루는 당근밭이 수채화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당근밭을 지나 조금은 외진 곳에 비자림이 있다. 마냥 좋은 비자나무 숲을 2바퀴를 돌고 오는 나의 소소한 여행. 비자나무숲, 비자림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좋은 나의 여행지~
비자림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연리지'라고 하는 나무에 다다른다.
<연리지: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 커플 사진 명소, 사진 맛집같은 연리지를 뒤로 하고, 천천히 나무와 주변을 애정 어리게 바라보고 나오는 나의 숨겨둔 여행지, 비자림~
코로나로 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지금, 내 마음은 제주도에 도착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