쟨 그래도 돼
인간관계에서 타이밍이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할지, 어떻게 해야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지는 그 사람이 해온 역할과 성실성 보다도 평소 이미지와 적절한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동이란 사람은 최고였다. 학교 모임에서 알게 된 나보다 몇 살 아래인 동동이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애교, 대화 중 적당한 리액션, 스타일링까지 세련된 사람이었다. 대화 중 은근슬쩍 부모님의 경제력과 직업 등등 서울의 대표 중산층(?) 임을 알리는 듯한 멘트와 모임 분위기를 띄우는 센스까지~발휘하는 사랑받는 막내였다. 가끔은 철없는 말과 행동까지도 '넉넉한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란 철 모르는 귀염둥이'의 이미지로 적당했다.
나 역시 그런 동동이를 예쁘게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매력을 가진 귀염둥이구나 하면서. 그런 동동이를 조금 더 오래 자주 만나게 되면서 당황스러워졌다. 모임에서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말하며 "친하게 지내요~언니"라는 말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더니 "전화 같은 거 안 좋아해요~연락할 있으면 톡으로 하세요"라는 말을 하기에 내가 너무 옛날 사람이구나 하면서 그렇게 넘겨 버린 게 시작이었다.
그런 동동이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모임날 청첩장을 돌린다고 했을 때 주변의 다른 사람처럼 식사를 함께 하고 계산(?)도 하겠구나라고 모임의 진행자로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동동이는 청첩장을 돌리고, 술 한 잔 건배 후 다른 모임이 있다며 먼저 가버렸다. 모임에서 약속을 자주 펑크내서 '노쇼동동'이라고 불리던 동동이는 그렇게 많은 청첩장 모임을 만들었구나 하며 신기해했다.
한 번은 동동이가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을 남기겠다며 1박 2일 모임을 추진했다. 사실 난 동의하진 않았지만 본인이 워낙 강력히 원하니, 그래 그렇게 해~라고 말하며 지켜보기만 했다. 장소도 동동이가 예약하고 워낙 열심히라 결혼하고 달라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모임 일주일 전 동동이한테 몸이 안 좋아서 못 가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하지만 모임 분위기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라고. 노쇼 하겠다는 동동이는 매일 아침 참석자 명단을 전체 방에 띄우며 참석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너무 기대돼요~라고 하는 리액션과 이모티콘을 매일 날렸다.
모든 것을 아는 나는 씁쓸하기만 했다. 동동이가 하는 일들은 사실 이거 말고도 나만 아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스트레스도 그만큼 쌓여만 갔다. 동동이가 말하고 하지 않은 일은 어쩌다가 내가 뒷수습하는 그런 역할과 위치였다.
한 번은 너무 화가 나서 친한 남자 사람 콩콩에게 이런 스트레스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남자 사람 콩콩은 이렇게 말했다. "아 동동이는 진짜 이기적이지. 필요할 때만 찾고. 근데 동동이는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철 모르는 아이 같은 그런 매력이 있어. 걘 그래도 돼"라는 말을 했다.
말을 하고 나서 더 허탈해졌다. 평소에 냉철하게 사리 판단한다고 믿었던 콩콩이마저 이성으론 밉지만 감정으론 너무 좋다는 그 말에 난 더 할 말이 없었다. 누구는 그래도 되고, 누구는 그래선 안 되는 거는 어떤 기준이지? 얄밉지만 쟨 그래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다는 말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동동을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타고난 건지, 후천적인 건지 난 어떤 역할을 맡거나하면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노력하는 '과도함'이 있었다. 동동이와 같은 적당히 낄 때 끼고 도움되지 않으면 바로 발을 빼는 그런 '적당함'이 부족한 상태였다.
처음에 동동에 대한 얄미움에서 시작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 나는 나를 너무 갈아 넣는 그런 위험함을 동동이를 통해서 반사판처럼 보게 되었다.
정반대의 캐릭터에서 찾은 중간 지점과 적당함의 온도.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란 녀석에 대해서 돌아보았다.
나라는 브랜드가 젤 어렵고, 또 계속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그런 마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