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 몰아내다의 스토리텔링

오건영, '부의 대이동'

by 그럼에도

구축 효과 (전자책 14%)


구축은 무언가를 쌓는다는 의미의 그 '구축(構築)'이 아니고요, 내쫓는다는 의미의 '구축(驅逐)'을 말합니다. 혹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나빠지는 것(惡化)이 좋아지는 것(良化)을 만든다'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의 악화(惡化)는 '나쁜 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양화(良化)는 '좋은 돈'이라는 의미죠. 즉,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내쫓는다는 의미인 거죠.

아주 오랜 옛날에는 금과 은을 녹여서 금화, 은화를 만들었다고 하죠. 그런데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금화의 끝을 조금씩 깎아낸 거예요. 깎아서 조금씩 모은 금을 갖고 새로운 금화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럼 앉은자리에서 돈을 벌지 않겠어요? 그런데 한두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앉아서 조금씩 조금씩 금화의 금을 깎아내는 겁니다. 자, 제가 제대로 된 금화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시중에는 금의 함량이 많이 줄어든(하도 깎아내서) 금화가 돌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제대로 된 금화인 '양화'와 깎여버린 금화 즉, '악화'를 갖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저는 물건을 살 때 어떤 금화를 내놓을까요? 당연히 제대로 된 양화는 집에 꽁꽁 숨겨두죠. 그리고 악화만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악화만 유통이 되고 양화는 집으로 숨어버리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상황'이 벌어지겠죠..... 그냥 구축한다는 의미를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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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시 구축 효과로 돌아옵니다. 경기가 안 좋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경기 부양을 하고자 하죠.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럼 세금을 걷거나 아니면 국채 발행을 해서 돈을 빌려오거나 해야겠죠. 경기가 안 좋은데 세금을 더 걷는 건 무리가 되니 국채 발행에 나설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으니 시중에 자금이 씨가 마른 겁니다. 서로가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돈을 서로 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중 자금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건데요. 여기서 국가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립니다. 가뜩이나 민간 기업들은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 죽겠는데 정부가 나서서 그나마 있는 돈을 돈 먹는 하마처럼 쫘악 빨아들이는 거죠. 그럼 민간은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민간의 투자는 실종될 겁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민간의 투자가 쫓겨나는
즉, 구축되는 효과를 '구축 효과'라고 합니다.



요새 '알쓸신잡'을 다시 보면서 너무 재밌고, 신기하게 보는 건, 대화 중간중간의 설명이다. 이 지명의 유래는? 이 말은 어디서 나왔는지? 예를 들면 '상상(想像)'이라는 단어의 한자 뜻은 '죽은 코끼리의 뼈를 보고, 살아 있는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하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말들의 어원과 같이 그 말의 의미와 스토리를 알게 되면,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구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여기저기에서 종종 볼 수 있고, 나름 의미를 안다고 생각했었던 구절이다. 하지만 이 말의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소소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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