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로 기옌, '2030 축의 전환'
우리 사회가 불편해하는 것은 바로 돈 많은 여성, 그리고 권력을 쥔 여성이다.
- 캔디스 부슈널, '섹스 앤 더 시티'의 원작자'
https://www.youtube.com/watch?v=AqAJLh9wuZ0
(전자책 35%)
여성의 새로운 사회경제적 지위는 포괄적인 영향을 미친다. 1장에서 살펴봤듯이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 이 변화들은 주로 몇 가지 요소들이 겹치면서 만들어진다. 여성들은 점점 더 수준 높은 교육과 사회생활 참여, 그리고 적은 출산을 바라고 있다.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을 때 나는 이렇게 에둘러 말하곤 한다. 간단하게 말해 2030년에는 여성들이 현재보다 더 부유해질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여성들이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축적할 확률이 어머니나 할머니 세대보다 높다는 뜻이다.
+ (중략)
여성에게 유리 천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남성들이 만든 두터운 장벽만 있을 뿐이다.
- 로라 리스우드, 세계 여성지도자 평의회 공동 설립자, 작가 -
여성은 일에 전심전력을 다해도 헤아릴 수 없는 장애물들이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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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와 메르켈의 중요한 공통점은 둘 다 권력의 정점에 선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권력을 쥔 여성은 원래 성향이나 성격에 상관없이 '독단적'이라는 편견에 부딪힌다. 인터넷 사이트 밴 보시(Ban Bossy)는 이렇게 주장한다. "어린 남자아이가 자신을 내세우면 '지도자감'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지만 여자아이가 똑같이 행동하면 '독단적'이다. 혹은 '기가 세다'는 낙인이 찍힐 뿐이다. " 이런 차별적 시선의 문제는 무엇일까.
독단적이다 혹은 기가 세다는 말은 결국 여자 아이들은 지나치게 나서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는 뜻이다.
중학생이 되면 여자 아이들은 직접 나서서 반을 이끄는 일에 대한 관심이 남자아이들보다 적어지며, 이런 경향은 성인까지 이어진다. " 페이스북의 운영 담당 최고책임자이자 유명 저술가인 셰릴 샌드버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린 여자아이가 정말 기가 세거나 독단적이겠는가. 그 아이는 그저 일찌감치 지도자가 될 자질을 내보인 것뿐이다."
" 나 이거 관심 있는데, 시간도 있는데 다시 대학원 들어가 볼까? "
라고 이야기했을 때, 친한 남자 사람 장장이는 말했다.
" 누나 그럼 남자 입장에서 너무 부담스러워. 여기서 더 가방끈 늘리면 안 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나에게 장장이는 정색을 하며, 반대했었다. 가방끈이 길어지면, 연애하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며~
얼마 후 우리 또래의 남자 사람인 콩콩이가 내가 말한 그 대학원에 입학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장장이가 오히려 박수를 쳤다. 잘 놀고, 커리어도 잘 챙긴다며~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 웃으며 축하해주었다.
내가 맡은 일과는 다른 분야지만, 배워본 적도 없지만 B2B라는 분야의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공유했었다. 내 아이디어를 들은 사람들은 '넌 생각만 좋아, 고생하지 마~ 분명 잘못될 거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 잘 안됐어' 등등 모두 말렸었다.
그렇지만 해보았고, 난 잘됐다. 팀 최초, 회사 최초로 나의 아이디어는 그렇게 현실이 되었다.
드라마처럼 모두가 이렇게 능력을 인정해주며, 축하했을까?
" 노처녀라 할 게 일 밖에 없어서 일을 잘하나 봐."
"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거지"
라며 현실은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 싸여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다른 팀에 가서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팀을 옮기고, 두 달 후에 예전 성공했던 사례와 연관된 나만의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았고, 바로 성과가 있었다. 지금 팀에서는 이 분야에서 만든 첫 번째 사례였다.
같은 팀, 선배의 반응은?
"그것밖에 못했어?"
라며 전체 팀원 앞에서 무안을 주었다.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는데 겨우 그것밖에 못했냐며 큰 소리를 질렀다. 참고로 그 큰소리의 주인은 아무것도 만든 적이 없는 분인데,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그리고 다음에 업무로 전화 통화를 했을 때는 '코로나 시기에 취미 생활이나 즐기고, 연애나 하라'면서 업무와는 거리두기를 하라는 따뜻한(?) 조언을 주셨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어떤 아이디어와 함께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생각 후에 실행했을 뿐이다. 성공했지만, 승진을 한 것도 아니고, 난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의 성공과는 상관없이 주변 남자, 여자 선배나 동료들 반응은 언제나 똑같았다. 내 머릿속 아이디어였음에도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거, 할 게 일 밖에 없는 노처녀'라는 반응은 시간이 지나도, 팀이 바뀌어도 결과에 대한 타인의 반응은 똑같았다. (유부녀가 돼서 일을 잘하면 어떤 반응일까? ㅋㅋ)
다른 게 있다면 그런 막말에 대한 나의 마음 가짐이 달라졌을 뿐이다.
"네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너희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까 너희들 마음대로 해 봐라. 너희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
- 소설가 김훈 인터뷰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