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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Feb 20. 2021

솔직한 매력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p. 66


 해가 중천에 뜰 때쯤 연습을 마친 아빠는 "복권 사러 가야지~"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매주 5천 원씩 로또를 산 지는 십 년이 넘었다. 그에게 있어 희망이란 무엇일지 나는 잘 모르겠다. 현관문을 나서면서 아빠는 밖에 버려야 할 재활용 쓰레기를 두 봉지 챙겨서 나간다. 내가 아는 희망은 오히려 거기게 있다. 재활용 쓰레기를 잘 분류하고 때맞춰 버리는 모습 말이다. 아빠가 현관문을 닫는 소리에 엄마가 깬다. 그녀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뚝딱 차린다. 이것은 주말 낮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다.


 오늘 아침 엄마는 아빠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아빠가 되물었다.

 그걸 고민하긴엔 좀 늦은 것 같지 않아?

 엄마는 장래희망은 어느 나이에나 유효한 질문이라며 생각해보라고 했다.

 아빠는 생각해보더니 건물 관리인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정확히는 딸이 사는 건물의 관리인을 하고 싶댔다.


 아빠에게 딸은 있지만 건물은 없다. 그는 50대 후반이고 노동해야 할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웅이의 건투를 빌며 나는 그저 내 월세를 열심히 벌고 있다.


Berthe Morisot, The basket chair

 이슬아 작가님의 이름을 알게 된 건 작년 가을쯤이었다. 작가님의 영상을 우연히 보다가, 작가님의 이름도, 한 달 만원에 작가님의 글을 매일 만나는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라는 영상 제목만큼이나 강렬했다.


 그때가 마침 브런치를 시작한 초창기였기에 매일 글을 쓰는 '부지런한 사랑'이 어마어마한 매력으로 느껴졌다. 작가님의 영상을 본 후, 글을 가끔씩 적어봐야지 했던 생각을 수정하게 되었다. 질보다는 양으로, 한 줄이라도 적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작년은 자주자주 적어 보았다.


 처음 쓴 글은 굉장히 고민한 글이라기보다는 그때의 고민과 생각, 과거의 기억까지 소환해서 일단 쓰고 보자라는 마음이었다.(엉성한 글과 생각으로 평소에 글 좀 써볼 걸 하는 후회를 가끔 하긴 했다)


 올해 박완서 작가님의 관련한 글을 보고 '글을 잘 쓰려면, 우선 많이 읽어봐야 한다'라는 구절에 마음을 뺏겨서^^;; 이젠 '좀 더 읽어보고, 글을 쓰자'라는 자세로 방향을 변경하였다.


 팔랑귀로 산다는 건, 나의 자세를 운동화 끈 매듯이 매듭의 모양을 그때그때 고친다는 것이다.


 이슬아 작가님 영상은 보았지만, 글은 오늘 처음 읽어보았다^^;;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본 것만 같다. 5학년 어린 시절, 제사 지내러 간 큰 집에 엄마랑 함께 가면, 난 할 일이 없어서, 사촌언니 방에 조용히 들어가, 중학생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본 적이 있었다. 사촌 언니가 몰래 지켜본 교회 오빠를~초등학생은 그렇게 몰래~글로 지켜보았다.


 '이슬아 작가님의 글은 어디서 봤더라?' 한다면 잊고 있었던 몰래 본 일기장에 적힌 글이었다. 이런 순수함과 새로움이 읽는 사람에게 '구독의 즐거움을 주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년 영상을 보았을 때는 글보다는 '구독'으로 연결하여 수익으로 이루어낸 스토리에 관심이 갔다면, 지금은 글 특유의 유일무이한 매력에 마음이 갔다.


 매력이란 다양한 색으로, 다양한 자리에서 그렇게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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