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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Mar 07. 2021

인포데믹의 급류, 앞에서

김정운, '에디톨로지'

 민주주의에는 자유롭고 건강한 언론이 중요하다...... 뉴스를 모으고 편집하는 조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는 미국이 블로거들의 세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과거 어느 때보다 편집자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 스티브 잡스, 제8회 All things Digital conference 中 -

p.41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고 지식이 구성되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신문사의 젊은 기자들은 한결같이 데스크에 앉아 자신들이 작성한 기사에 연필로 밑줄 그어가며 맞춤법까지 문제 삼는 선배들을 욕한다. 편집의 권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이 신문 데스크의 그 막강한 권력도 이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젊고 어설픈 편집자에게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에 올라가는 기사를 선택하는 권력은 전국 종이 신문 데스크 권력을 다 합친 것보다 강하다.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편집이 가능한 지식 편집의 시대다. 인터넷상의 편집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종이 신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수십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유명인의 영향력은 웬만한 중소 언론 매체의 영향력을 능가한다. 지식 편집의 수단을 쥐고 있는 자에게 권력이 쏠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중략)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다. 정보는 넘쳐난다. 정보와 정보를 엮어 어떠한 지식을 편집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세상이다.



 * 인포데믹(Infodemic)이란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이 흡사 전염병과 유사하다는 데서 생겨난 용어이다.


 인포데믹은 한 번 발생하면 즉시 대륙을 건너 전염된다.


 사례) 사스 공포로 아시아 경제가 추락한 사건, 9.11 테러 이후 미국 전역에 공포가 기승을 부린 일, 우리나라는 2003~2004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닭이나 달걀을 먹으면 감염된다는 잘못된 정보 등 *

                                                            - 시사경제용어사전 -


 2020년 1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다. 지난달부터는 드디어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암흑의 시간과 이별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각종 포탈에 올라오는 '특정 백신 비하'나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백신 접종 거부'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였다.


 언젠가부터 질병관리청의 브리핑이나 요약된 정보 기사는 보이지 않고, 자극적인 MSG 느낌이 물씬 나는 제목의 기사들 위주로 포탈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때는 바야흐로 인포데믹의 시기이다. 사람들이 특정 분야에 대한 관련 지식수준이 높지 않을수록, 불안할수록 인포데믹이 자라나기 좋은 여건이 형성된다. 전염병은 의료 지식이 필요한 전문 분야이다. 과학을 과학으로 보지 않고, 정치로 보거나 또는 감정으로 인식할 때, 수많은 오류와 오해, 왜곡이 발생한다.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기준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포탈의 뉴스는 클릭 수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언론사의 기사라고 적혀있음에도 육하원칙은 보이지 않고, 클릭만 유도 후 알맹이 없는 뉴스에 나는 오늘도 낚였다. 전후 관계도 없이, ~카더라 식의 문장만 적혀 있다. 사실 관계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고 급하게 적었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기사에 낚인 걸 알았으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는 이 뉴스의 제목만 읽고, 사실로 아마도 진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포데믹의 홍수와 선거철이 맞물린다면 어떻게 될까? 정보가 편집자의 입맛(?)대로 편집된 뉴스로 왜곡되어서,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코로나 백신을 왜 접종해야 하는가? 백신의 접종 이유가 병에 걸리지 않고, 사망에 이르지 않는다는 '집단면역이라는 목표'에 있다는 것을 뉴스에서는 왜 발견하기 어려운 걸까?


 자극적인 MSG에 미혹되어, 재료가 가지는 고유의 본질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부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이런 '암흑과 단절의 시기'가 지나가고,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https://www.nongmin.com/nature/NAT/CTN/320560/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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