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식, '다소 곤란한 감정'
결혼 적령기의 판단을 핑계 삼아 누군가의 삶에 하자가 있다는 사냥 놀이에 나선 사람들. 이 사냥 놀이엔 돈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성공한 혹은 실패한 경제동물로 평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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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 지 다 (결혼 적령기를)
당신은 댓글로 타인의 결혼 적령기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접한다. "35면 아직 괜찮죠." "38이면 실은 많이 늦은 거죠.""36이면 저 포함 제 주변도 다 갔어요."
당신은 결혼 적령기에 대한 요즘 인식과 추세 너머, 누군가의 결혼 적령기를 지켰나 어겼나 하는 판단을 토대로, 당신이 한 사회의 성공한 경제동물인지 아닌지 판결하려는 심리와 맞닿는다. 결혼 적령기를 평가하는 사람들. 결혼 스펙이라는 이름 아래 타인이 지금껏 거친 여정을 품질로 이야기한다. 결혼 유무를 빌미로 당신이 살아온 바를 충분히 '결산'할 수 있다는,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래도 된다는 평가 영역이 온/오프라인에 만들어진다. 몇 살에 결혼해야 괜찮은가라는 결혼 적령기. 지금 몇 살인데 이 정도의 삶도 꾸리지 못했느냐며 당신을 꾸짖는 적령기로 바뀐다.
당신은 인터넷 게시판이든 친구와의 대화든 기혼자의 조언이든 일말의 위안이라도 얻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타인의 결혼 적령기를 측정하며 결혼해도 될 조건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말. 매섭기 그지없다. 당신은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아왔나 억울하고 불안하다. 인터넷뱅킹을 로그인해 남아 있는 돈을 확인하고 한숨을 쉰다. 그러다가 또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아왔나
당신은 커뮤니티에 다시 접속한다.
+ 중략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결혼한다에 스민 속뜻을 감안하면서, 결혼 적령기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돈과 그 밖의 스펙에 대한 냉소와 반감이 엄청나다고 느낀다. 당신은 '돈이 곧 마음'이라는 반응. 금언(金言)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오랫동안 현실에서 금언 취급을 받아온 저 말의 무서움에 대해 생각한다.
1인 가정이 증가한다는 매체 리포트와는 다르게 내 주변은 일치감치 결혼했거나 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스르륵~유부의 세계로 진입한 사람들이다.
주변과 다르게 산다는 건, 아무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어도 '모난 돌'처럼 그렇게 주위의 관심을 받아도 너무 많이 받는다. 1인 가정의 가장으로서, 최근 몇 년 전부터 너무나 다른 시선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당사자이며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여유(?) 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그런 평범한 1인 가장이다.
몇 년 전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무리가 미혼과 기혼에서 나를 제외한 사람이 거의 다 기혼으로 향해 가던 그때에 나를 향하는 주변의 시선은 한 번에 달라졌다.
1) 다 팔고 마지막 한 개 남은 재고품 취급하는 시선 - '남들 다하는 결혼도 못한 OO'
2) 무슨 숨겨진 문제가 있는지를 찾는 고장 난 제품을 보는 시선 - '멀쩡하게 생겨서, 왜 결혼을 못했을까? 무슨 문제가 있나?'
어느 순간 사람에서 물건으로 변해 버렸다. 아무렇게나 막말을 해도, 너는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 과업을 이루지 못했으니 당연히 들어도 될 거라는 식의 목소리들. 그러면서도 본인은 쿨하고, 솔직해서 이렇게 말하는 거라는 헛소리를 들었었다.
여기에 대한 나의 반응은?
피곤한 세상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을 가급적 멀리하거나, 타고난 내향성을 잠시 접어두고, '정말 불편함'을 언어로 표현한다.
겪어보기 전까지 가늠할 수 없는 마음, 세상이 있다. 운 좋게도 나는 지금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와서, 어쩌다가 장기근속을 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이던 그때, 옆의 친구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겪는 복잡다단한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너무나 힘들어했다. 공감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때 내가 느끼는 그 마음이란 소설책 속 주인공을 실제로 바라보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한 말은 정말 인생 진리였다. 내가 미혼으로서 겪는 회사에서의 피곤함이란 기혼의 친구들이 공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미혼이라 날아드는 언어 화살과 업무 무게감을 힘들다고 나 역시 불평한 적이 있었다.(임신, 출산 여직원 대신 더 일하기, 피곤한 자리처럼 기혼 여직원들이 싫어하는 자리는 미혼이니까 OO가 대신하기 등)
브런치에도 육아 관련 글이나 워킹맘이 많다 보니, 그들의 힘든 일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워킹맘은 힘들지만 그들은 다수이다. 그 연령대에 대다수의 사람들이고,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지지 나아가서는 법적으로 '모성 보호'라는 테두리까지 겸비하고 있다.
반대편에 서 있는 30대 후반이 넘어가는 미혼의 사람들은 소수(?)이면서도, 발언권이 적다.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동원(?)된다는 피곤함이 있다. 자유의 대가는 그렇게 혹독한 것인가 보다.
또래의 사람들과 다른 곳에 있게 되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책 제목처럼 '다소 곤란한 감정'과 시선, 풍경이 들어왔다. 각자의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장면이 있다. 그리고 각자 그 자리에 대해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다.
그리고 나도 주변 기혼 사람들에게 '미혼의 피곤함'같은 듣기 곤란하고,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줄이기로, 하지 않기로 했다.
피곤함보다는 재미와 새로움의 단어로 일상을 채워나가기로!
Lizzo의 'soulmate'라는 노래처럼~나를 예뻐하고, 챙기는 사람은 내가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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