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노는 만큼 성공한다'
p.107
어른들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고,
아이들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든다.
쉰 살 먹은 사람의 창의력은 다섯 살 어린이의 창의력의 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이가 창의적인 이유는 '낯설게 하기'를 통해 끊임없이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돌조각으로도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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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블록과 같은 장난감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극대화한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에서는 수단과 목적의 관계가 뒤바뀌거나 생략되어 버린다. 빗자루는 청소의 수단이 아니다. 빗자루 자체가 즐거움의 대상이거나 전혀 다른 즐거움의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낯설게 하기'를 통한 창의적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가끔 아직도 한참 일할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장례식장을 찾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장면이 있다. 어린 그의 아이들이 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다. 허전할 뿐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오로지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만 생각한다.
사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평생 아버지가 없는 것을 슬퍼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조차 재미만을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행복하다. 걱정과 근심은 잠시뿐이다. 오직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부모들은 이렇게 놀면서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빗자루를 빼앗고 창의성 학원에 가는 버스에 태운다. 그런 아이들은 자라서 그 부모들과 똑같이 우울한 얼굴로 운전을 하며 앞에서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는 이들을 절대 용납 못하는,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항상 그 부모에 그 자식인 법이다.
50살이 되면 그땐 괜찮아지겠지.
예전에 한 지인이 했던 이야기다. 50살이 되면, 아이들이 다 컸을 테니, 그때는 여유도 생기고, 지금의 우울감도 줄어들 것 같다고 했던 말이 오래도록 생각이 난다.
불편한 마음과 답답한 현실은 50살이 되면, 맑은 가을 하늘처럼 시원해질까?
우울감을 오래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도 하지 않고, '그럴 거야~'라는 말만을 들려주었다. 지금으로서는 미래의 일을 알 수 없지만 전보다는 나아지길 바라며.
난 미루기를 전공으로 한다면, '박사' 이상의 학위를 받을 것이다. 늘 미뤄왔다. '나중에~나중에~앞으론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몇 년 전부터 안 하던 것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 일부로(?) 알렸다. 자랑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또 다른 마음은 '너도 해봐~'였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의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양극단이었다. 회사 vs 육아, 시댁 등등의 이야기였다. 흔히 '유부 월드'라고 하는 결혼한 사람들의 흔한 대화였다. 해당 사항이 없는 나의 심심함은 의무 같은 것이었다. 몇 시간의 대화 속에선 무언가가 비어있었다.
그건 '재미'였다. 재미가 없었다. 어느 순간 대화는 흑백 사진처럼 흰색, 검은색, 회색빛으로 단조로웠다. 여름 휴가지를 자랑하는 새로움도 짜인 틀처럼 지루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모임의 한 사람씩 푸념을 늘어놓았다. '난 너무 늙었어. 요새 업무에서도 감을 잃었어.'로 시작해서..... 다들 힘들고, 어렵고, 이젠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어쩌란 말인가? 그 모임에서 나는 또 심심하고, 답답해졌다.
내가 뭔가를 배우라고, 해보라고 권유할 때는 무반응으로 일관하였던 사람들이다. 재미없게 살길래 재미를 권했지만 관심 없어했다. 어쩌면 '미혼이라 즐기나 봐'라는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나보다 자산도 많고, 사이좋은 남편도 있고, 여러 가지로 많이 가진 사람들이다. 누가 봐도 이렇게 말하는 나보다 더 재밌게 살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화의 순간에는 달랐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라 더 많이 힘든 걸까?
내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싶어서 계속 돈을 벌고 싶다. 하지만 이유는 재미있으려고 돈을 번다.'재미'의 가치와 의미를 몰랐다. 안 해봤던 것을 하나씩 해보니, 안보이던 게 보인다. 회사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갑자기 떠올린 그 시기들이 알고 보니, 어떤 재미가 생겼을 때였다.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이 구분되지 않고, 어느 순간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돈을 써봐야, 제대로 쓸 줄도 알고, 여기저기 다녀봐야 공통점과 그 미묘한 차이점도 보인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유명하다고, 다른 지역 재래시장 여기저기 비슷하게 있는 청년몰은... 어딘가 아쉽다ㅠㅠ)
현실적으로 딱히 잘난 것은 없지만 마음만 잘나서도 안 되겠지만~평형점을 생각해보며, 뭐하고 놀지, 뭐 먹을지(가장 중요함!!!)를 가장 심각하게 고민한다. 내일 아침엔 만둣국을 먹어야지!
'윤스테이'를 요새 많이 봤더니, 윤스테이 아침 메뉴가 생각나는 월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