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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Apr 11. 2021

예술적 감수성을 가까이에

김용섭, '프러페셔널 스튜던트'

p. 304


 창의력과 예술적 감수성은 스스로가 즐겁게 몰입할 때 키워지고, 그러기 위해선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평소 전시와 공연을 자주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보고 듣고, 자연스럽게 느낀 점들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건 암기해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책으로 작품을 접하고, 자세한 설명을 읽어도, 직접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따로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험 치기 위한 예술 공부가 아니다.

Luigi Russolo, ‘Profumo’

 + 중략


 서울에는 조선시대 건축물부터,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 신진 건축가들의 도전적 건축물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건축물 보는 데 돈 들지 않는다. 습관처럼 꾸준히 둘러보기만 해도 된다. 그렇게 창의력과 예술적 감수성이 쌓인다. 악기 연주나 발레, 미술, 도예, 문학 등 창작자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셀 수 없이 많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아주 저렴한 프로그램이 있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콘텐츠가 많으니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예술 분야 책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좋은 환경이 있는데도 예술을 가까이하지 않겠는가?



 예전에 홍석천의 요식업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요식업에 대한 관심보다는 강의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가보았었다.


 난 그 날 홍석천의 어마어마한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보통 사업에 대한 강의는 '잘 나간다'(?)는 시기에 이루어진다. 아무리 평범하거나, 외모가 눈에 띄지 않는 사람도 흔히 말하는 '아우라가 느껴진다'라는 말처럼 사업이 잘 되는 시기에 외부 강연을 진행한다. 승승장구하는 사업의 내용과 당당한 스피치로 청중을 휘어잡는다.


 반대로 홍석천 오빠는 강의를 하던 당시에 가게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사업을 끝내 가는 슬픔을 담담하게 또 솔직하게 전달했었다. 잘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서 이렇게 아우라를 느낀 건 석천 오빠의 헤어스타일의 광이 아닌 사람 자체에서였다. 제대로 고민하는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솔직함과 사업을 하면서 느낀 교훈을 전달해 주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강의가 끝나고 한참이 지난 지금, 요식업에 대한 내용은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 누군가가 '가게 인테리어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라고 했을 때의 답변만 또렷하게 남아있다^^;; 석천 오빠는 미술관에 가서 자주 작품을 접하고, 꼼꼼하게 감상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그런 예술적 감수성은 가게의 인테리어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비법 레시피를 전수받은 사람처럼, 갑자기 나도 꼭 도전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해외여행 때나 갔었다. 이유는 그 여행지의 필수 코스였고, 남들이 다 갔으니깐 가는 곳이었다. 미술은 어렵게만 느껴지고 낯선 공간이었다. 하지만 공간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미술이나 어떤 예술을 이해하는 눈은 갖고 있지 않지만 1년에 2번은 꼭 가보는 이유라면? 그건 특강의 힘이었다. 그리고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작품을 자세히 바라보는 자세로 미술관 한 바퀴를 산책하고 온다.


 '프로페셔널 스튜어던트'에서 강조하는 공부는 테크놀로지, 트렌드, 돈, 생존력 그리고 예술 공부이다. 앞에 4가지는 누구나 예상 가능하지만 예술에 대한 강조는 낯설어 보일 수 있는 주제이다.


 스티븐 잡스가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나와서 캘리그래피를 배웠던 경험이 나중에 애플의  자산이  것처럼 재미로 배웠던  무엇이 어떻게 다음으로 연결될지는 모른다.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해도 어떤 느낌과 인상을 마음에 담는다. 물론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같지는 않겠지만^^;;



점과 점을 이어 선을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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