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사랑, 수수떡

<일상다반사> 사랑받았던 기억

by 그럼에도

비가 많이 오던 날, 수수떡(수수경단)이 갑자기 너무 먹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해보고, 며칠을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수수떡의 모양과 이름을 알지만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왜 갑자기 수수떡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걸까? 며칠 후 답이 떠올랐다.


많이 사랑받았던 기억. 나와 나이차가 20살 정도 되는 엄마 집안의 막둥이 외삼촌이 계셨다. 나의 흑백사진 같은 어두운 성장기에 컬러 사진으로 기억되는 삼촌(난 외삼촌을 삼촌이라고 불렀다)에 대한 기억. 그리고 이상하게도 삼촌을 생각하면 '수수떡'이 떠올랐던 거 같다.


동생들의 백일, 돌잔치와 같은 집안의 경사가 있을 때면 삼촌은 직접 맞춘 수수떡을 들고 가장 먼저 오셨다. 하나밖에 없는 누이의 좋은 일에는 언제나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늦게 가고 말없이 한참을 웃고만 있었다.


엄마와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미소 짓던 그 모습은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그런 삼촌에게 나는 좀 특별한 조카였던 거 같다. 누나가 낳은 첫 번째 아이이자, 엄마가 몸조리하던 때 처음 만났던 작은 생명체. 삼촌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일을 만들어서라도 찾아와서, 늘 나를 보고 웃고 가셨다. 그리고 나의 소풍이며, 생일이라는 이유 등등으로 늘 용돈을 주고 가는 센스까지 겸비한 그런 사람이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외삼촌은 빗길 사고로 하늘나라에 가셨다. 그때 나는 대학생. 장례식장에 도착해서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마지막 임종 장면을 보면 펑펑 울던 나였는데 사랑하는 삼촌에게는 눈물이 나지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때도 못 느꼈다. 마지막이란 걸.


반년이 지나고, 자다가 중간에 눈을 뜨는 날들이 시작됐다. 잠에서 깼을 때는 늘 눈에 눈물이 흘러 있었다. 그리고 삼촌 생각이 났다. 반년쯤 그런 나날을 보내고, 슬픔이 지나가고, 가끔씩 너무나 보고 싶은 날들이 있었지만 바쁜, 정신없는 나날 속에 잊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삼촌보다 먼저 생각난 건 수수떡, 누나와 조카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아침 일찍 찾아온 나의 삼촌. 표현이 서투른 삼촌과 부끄럼 많고 소심한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길게 나눠본 적이 없다. 말보다는 눈빛이었고 미소로 만났던 사이였다. 삼촌이 보고 싶고, 수수떡이 생각나고. 주문을 해서 먹어보았다. 수수떡의 맛을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수수떡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저 삼촌이 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만과 편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