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by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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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5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쾅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기다려 본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 생생히 표현하는 시에 몰입이 됐다. 사랑하는 사람, 기다리는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심쿵한 마음을~


너무 예쁜 커플을 만나게 되면, 타인일지라도 심쿵해지는 순간이 있다. 작년 이맘때, 스치기만 해도 땀이 흐르던 무더운 8월의 오후, 중앙공원을 산책하는 중년의 부부를 보았다. 그 더운 날에도 손을 잡고, 도란도란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집에서 편하게 나온 차림이었지만 그 어떤 스타일링보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중년의 부부.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언니가 남편에게 '오빠랑 놀 때가 제일 재밌어'라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던 그 장면! 일상에서 편안함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가장 따뜻한 감정이 느껴졌다.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현실은 '슬기로운 집콕'생활에 여념이 없지만, 마음은 간절히 바라는 장면들.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단어를 전 국민이 이렇게 동시에 느끼는 순간이 있었던가?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인식되는 현재의 시간을 넘어가면, 날마다 평범한 일상을 소소히 적고, 웃고, 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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