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초록 앞에서 멍

by 그럼에도
베란다 프로젝트 18일차

요새 멍하게 서 있는 장소는 베란다!


한참을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초록잎을 바라본다.


‘멍 때리기 대회’ 준비 중은 아니지만 초록색 화분 앞에서는 핸드폰도 잠시 잊고, 서 있다. 야채 공급의 이유로 시작했지만 점점 관상용이 되어간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빈 페트병까지 동원되어 그 규모를 넓혀왔다.


초록 멍! 할 일도 많고, 잡념도 나날이 쌓이고, 그리고 살짝 우울감이 가까이 오는 지금, 베란다에서 나는 멍하게 서 있다.


상추는 하루가 다르게 잎사귀가 커진다. 같은 날 심었지만 꽃상추의 성장은 1등, 다른 아이들 조선 상추, 케일 등등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어쩌면 내 인생도 꽃상추보다는 옆에 있는 조선 상추로 불리는 저 옆에 아이들 같다. 더딘 성장과 작은 잎.



평균보다 느린 삶.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햇살을 향한 욕심이 적었던 이유일까? 눈에 띄는 1등이 예쁘지만, 그 옆에 18일에도 작은 잎으로 성장이 더딘 초록잎으로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멈춰있는 것 같았는데, 요 며칠 캐일잎이 조금 더 커졌다. 느리지만 성장하고 있었다^^;;


마음은 회색빛인데, 눈은 초록빛을 본다. 초록 초록함을 눈에 담고, 마음도 초록으로 물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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