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조심조심~ 방어운전

by 그럼에도
아빠는 인생을 잘 살려면 내가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나만 잘하면 괜찮은 걸까?


취직하고, 차를 샀다. 나의 첫 번째 사고는 신호 대기 중에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려고 액셀을 밟자마자, 옆에 있던 에쿠스가 내 차의 앞 범퍼를 받아버렸다. 한 번에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하려던 가해자는 내 차를 처음으로 아프게 한 사람이었다ㅠㅠ


첫 사고라 너무 놀라기도 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6차선 대로변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차를 뺐고, 가해자는 보험사 부르지 말고 현금으로 간단히(?) 처리하자고 했다. 첫 사고였지만 초보가 봐도 범퍼만 부딪친 거라, 가해자에게 오케이를 한 순간, 문제가 시작되었다. 가해자가 잠수를 탔다. 뺑소니가 아닌가 싶어서, 경찰서에 전화했지만 전화가 한 번이라도 오고 갔으니 뺑소니는 아니라고 하고, 마침 가해자와 나는 같은 보험사였다. 보험사 직원마저 나의 접수를 받아주지 않았다. 한 마디로 완벽하게 당했다.(지금은 없어진 그 보험사... 이젠 보험료가 비싸도 대기업만 이용 중)


가해자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혼자 며칠을 속앓이 하다가 팀 선배님께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들은 목소리 좋으신 남자 선배님의 전화 한 통화로 소정의 범퍼 값을 당일 입금받았다. 마침 팀 선배님은 모 자동차 동호회 회장님이셨다. 이런 사기꾼을 말 한마디로 제압하다니! 세상 일은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고,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에베레스트산이다.


이 사고 후에도 몇 년 후 소소한 접촉 사고는 있었고, 대부분 난 피해자의 입장이었다. 상대방이 차선 변경으로 내 차를 받아도 8:2로 내가 왜 2에 해당하는 비율을 부담해야 하는지가 늘 궁금했고, 억울했었다. 난 앞으로 잘 가고 있는데, 옆에서 받은 저 차가 왜 100%가 아닌 걸까? 내가 뭘 잘못했는데 ㅠㅠ


운전 초보, 내 잘못이 있다면, 나의 시선과 시야에 있었다. 앞과 옆, 뒤까지 수시로 시선과 시야를 오고 가는 '방어 운전의 중요성'을 사고를 통해서 배워나갔다.


몇 번의 사고와 운전 경력은 나를 이렇게 '방어 운전'의 세계로 이끌었다. 졸거나, 아니면 휴대폰을 보는 운전자는 차의 뒤태부터 다르다. 자동차가 일직선으로 가지 않고, 술에 취한 듯 흔들리거나, 지나치게 측면에 붙거나 등등 딱 티가 난다.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는 옆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이에 와있었다.


운전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나도, 내 주변에 있는 타인도 잘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Keith Haring, ‘Best buddies’

39살, 12월 많지도 않지만 깊다고 착각해온 인간관계를 손절(?) 했다. 가벼운 인연은 손절이라 할 것도 없이 코로나와 함께 자동 소멸같이 사라지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20살부터 오래 만나온 친구들의 정리는 쉽지 않았다. 정리라고는 모르고 살아왔기에 더 힘들었다. 정리를 하기 전부터 반대로 더 잘 만나기 위해 애써 노력해왔다. 가끔은 이벤트도 해보았고, 유용한 정보도 찾아서 올렸다. 회사를 다니면서 접하는 육아(?) 정보며, 이런저런 유용한 정보도 공유했다. 언제나 잠자고 있는 단톡 방에 수시로 말도 걸고, 다른 친구들이 보내준 '직원 할인가 이벤트'쿠폰도 수시로 올려도 보았다. 노력의 전과 후는 늘 동일했다.


무반응. 심드렁한... 그리고 당연함.


그렇게 코로나 시기가 오면서 그 방 친구들의 속마음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만남도 아닌 온라인으로 만난 화상 모임에서 대화는 나의 오랜 망설임을 실행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만 못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아무것도 못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 곳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가까이에 있으면 닮아간다.



지금은 그 친구들의 대화가 이상하지만 자꾸 이 안에서 만나고 대화하다 보면 나도 그렇게 물들 것이다. 정말 싫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에 있으면서 나도 비슷한 생각과 말을 하는 경험이 몇 번이었는지. 정리하고 나가려는 순간, 나는 더 놀랐다.


늘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분명 이 안에서도 홀로 겉돌고 있었다. 그런데 정리하려던 순간 한 명, 한 명이 모두 나에게 연락이 오고, 갑자기 뜬금없는 칭찬을 하고, 수시로 메시지가 왔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한 번 없던 연락을 마지막에 한꺼번에 받았다. 엑스트라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 친구들은 늘 말했었다. '이미 늦었어. 이제 와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는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


미련할 정도로 오랜 시간 마음을 쏟아부은 인간관계는 물거품이 되었다. 상실의 아픔보다 결정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이 더 길고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허무할 정도로 아쉬움은 없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걸 하나 꼽자면, 더 빨리 정리했었어야 한다는...'시간의 아쉬움'이었다.


잘 살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도 성실하게 살아가야 하지만 더불어 내 주변 환경, 사람도 살펴야 한다. 나도 타인도 조심조심! '방어 운전'같은 마음으로 나와 주변 환경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과 시야!


인생은 짧다. 되지 않는 인연, 이미 마음 떠난 사람들과 내 과거를 함께 했지만 나의 현재와 미래는 같이 가지 않기로 했다. 소박하지만 마음 가는 것으로 가득한 시간과 소중한 사람, 그리고 단단해진 나로서 현재와 미래를 채워나가고 싶다.


인생을 방어 운전하는 자세로 살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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