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두 집 살림을 한다는 것

브런치와 블로그 사이

by 그럼에도

하나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데 각각의 공간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작년 8월 브런치를 시작하고, 3주쯤 지나서 블로그를 오픈했다. 각각의 장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었다. 브런치는 감정을 글로 적는 공간, 즉 전체 공개이면서도 익명의 일기장 같은 공간이다.


그리고 블로그는 오프라인의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아빠의 홍보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이름을 알리는 공간으로 만들었지만 몇 개의 홍보 사진을 올리고 나니, 올릴 콘텐츠가 사라졌다.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이론만 빠삭(?)하다는 것이 순식간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블로그에는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브런치에서는 부담감보다는 나도 모르는 솔직함 그리고 지질함이 묻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결국 브런치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블로그는 그렇게 빈 집이 되었다.


최근에 다시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블로그에는 내가 읽은 책의 구절을 조금씩 올렸다. 블로그는 독서의 흔적을 남기는 공간, 창고처럼 사용하기로 했다. 브런치에는 감정을, 블로그에는 기록을 모아갔다.


블로그에 읽은 책 구절의 일부를 올리거나 최근에 듣는 인강 내용도 몇 편 올렸다. 이것도 나를 위한 '기록의 쓸모'같은 개념으로 적었는데, 누군가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처음엔 관심에 감사하고 좋았는데, 갑자기 'oo강의도 빨리 올려달라'는 지시(?) 같은 댓글과 내용에 대한 질문이 과외처럼 올라왔다.


재미가 갑자기 업무가 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시작한 블로그에 재미를 느껴가려던 찰나 익명의 누군가가 집착하듯이 하루에도 몇 개씩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선을 넘는 표현'이 있었다. 블로그에 어렵게 시작한 발걸음인데, 시작부터 쉽지 않을 줄이야.

sticker sticker


블로그에는 자본주의적 요소가 많다. 그래서 홍보에 적합한 공간이다. 블로그의 시작의 목적은 '홍보'였으나 지금은 가족들만 드나드는 '카톡 단톡방'같은 공간이 되었다. 소수만 방문하는 이곳에도 친구 신청이 있다. 홍보 전문'이라는 사람들의 친구 수락 요청과 메일함에는 가끔씩 '체험 마케팅' 권유 멜이 온다. 홍보의 공간을 홍보로 사용하지 못함에도 그렇게 홍보와 관련된 무언가가 날아오는 곳.


이 공간을 다시 홍보의 공간과 더불어 이승희 작가처럼 '기록의 쓸모'라는 창고를 합쳐서, 갤러리로 만들면 어떨까?


유투버 '신사임당'님처럼 어제는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했다. 일단 만들었는데, 갈 길이 멀다. 오프라인만 운영하는 아빠에게 딸들의 온라인 도움이 시급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자영업자에게 너무 큰 슬픔이 아니던가.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큰소리쳤던 나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건 나였다.


작은 체험이고, 어쩌다 있는 이벤트였지만 새로운 도전이었다. 온라인에 가게를 차렸다. 아빠를 도와주려다 배우는 사람은 오히려 나였다. (통신사업자로 아빠가 거듭났다^^;;)


60대인 엄마, 아빠가 새로 산 스마트폰을 보는 그 막막한 눈빛을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은 두렵고, 뭐든 서툴다. 그래도, 그럼에도 작은 체험에서 조금씩 배워간다.


우리는 호모 헌드레드다. 살면서 새로운 것, 해보지 않은 것을 계속 배우고, 시도해보는 인생을 살아가는 세대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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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에 나는 작은 발자국을 남겨 보려 한다. 그렇게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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