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민, '언바운드'
우리가 너무나 쉽게 정의 내려온 여러 가지 '경계'들에 대해 다시 보게 만든다.
-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추천사 중 -
(전자책 17%)
사실 멀티플렉스 체인 영화관의 경쟁자를 OTT 플랫폼으로 보는 것도 '경계'이며, 한국 사람에게 밥은 감성적인 것이기 때문에 즉석밥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경계'다. 경계를 가진 사람은 그 너머의 새로운 것을 볼 수 없고 새로운 인사이트도 얻을 수 없다.
경계를 허물어야 고급 헤어드라이어의 사용자와 구매자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계를 허물어야 '방 정리'와 '성공'의 상관관계를 의심해보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바라트 아난트 교수가 책에서 말하는 주요 내용이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관점을 혁신해야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3개월간 마음 졸여온 이사를 마쳤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맞이하기 전까지 마음 졸이는 나날들이었다. 처음엔 집을 구하기 어려웠고, 어렵게 만난 집을 이사하기 전 과정, 이사하는 당일과 그 후 이틀을 대청소와 정리의 나날을 보내고, 오늘에서야 10월의 가을 하늘을 여유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똑같은 구조와 평수라서 처음엔 이사가 뭐가 어렵겠나 생각했었다. 있는 가구와 짐을 그대로 복붙 하면 될 일 아닌가. 딱 하나 문제는 전 집에는 붙박이장과 수납공간이 많았다면, 지금 집에는 붙박이장과 수납공간이 적다는 슬픔 빼고는 똑같았다.
운 좋게 계약한 집은 수납공간을 제외하고도 많이 낡고, 또 문제가 많았다.(분양 당시의 흔적이 느껴지는 앤틱함) 그전에 깨끗하게 인테리어가 된 곳에서 더 낡은 곳으로 오니, 계약할 때 마음은 어디 가고, 짐 정리를 하는 내내 뭔가 침울해졌다.
'더 짐을 늘리면 안 되는데 또 가구를 사야 하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하는 인사이동으로 인한 이런 집 고민을 황금연휴에 나만 하다니 ㅠㅠ' 점점 현실을 벗어나서 근원적인 '나만 왜~'라는 것까지 이르게 되었다. 인사이동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 말고도 현실 문제도 많은데.
수납공간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관계로 반포장 이사를 했다. 큰 가구만 옮기고 나머지는 나의 몫이었다. 가구 배치를 특별히 생각하진 않았다. 짐을 옮기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대로 배치를 바꿔보았다. 거실에 책장을 놓고 북까페처럼 할까 했으나, 같은 구조인데도 여긴 왠지 더 답답해 보였다. 안방에 가장 좋은 자리에 책장을 놓고도 뭔가 허전해서 식탁을 안방 한가운데에 놓았다. 오 생각보다 괜찮았다. 왠지 안방은 회사 사무실 느낌이 난다. '출근한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집에 가장 뷰가 좋은 공간은 피아노에게 양보했다.
나도 모르게 안방은 '옷장과 침대'라는 공식이 있었다. 그 공식을 깨준 것은 나의 인테리어 감각이 아니었다. 이 집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붙박이장 없음이었다. 대신 이 집의 다른 면은 강가가 보인다.(서울 아님) 강가 배경으로 피아노를 놓으니 카페 느낌도 나고 좋았다. 그리고 한쪽 가장 후미진 공간에 나의 옷과 잡동사니를 몰아서 수납공간을 만들었다.(왕자 행거 최고)
단점에 집중하니, 우울해졌다. 하지만 이 집의 단점, 결핍은 새로움을 시작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이 집의 장점, 풍경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장 예쁜 벽면에 피아노, 몬스테라, 탁자를 모두 배치했다. 다 좋을 수는 없다. 다 가질 수도 없다. 지금의 순간, 내가 가진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평소에 인테리어를 관심 갖고 볼 것을. 이틀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고, 화분으로 집 안 곳곳의 허전한 곳을 채워 보았다. 오랜 시간 빈 집이었는지 청소를 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입 옆에 뭐가 나는 정도의 수고로움과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다가 드디어 집이 완성되었다. 똑같은 가구인데 배치만 바뀌어도 다른 느낌이 났다. 이건 레고의 블록 쌓기 놀이 느낌!
"왜 나만 이런 일이 있을까?"(이사 과정 중 마음) => "그때그때 일어난 일들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MKYU김미경 영상에서 봤던 멘트, 이사를 마친 소감)'
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나무늘보처럼 움직이지 않는 나를 이동하게 했다. 늘 고정된 생각, 경계를 버리고 집 안의 공간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시도를 했다. 순간순간 바뀌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썼다. 생각의 경계를 바꾸기 위해서, 작아지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책은 데이터를 읽는 데, 기존의 풍부한 경험이 데이터를 읽는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기존의 일정한 사고방식도 새로움을 읽어 들이는 데 어려움일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꼭 데이터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집 안의 인테리어처럼 여기엔 이 것을 꼭 고집하는 이유도 원래 그래 왔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안방을 서재처럼 만드는 아이디어는 갑작스럽게 떠올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미 내 마음에 롤모델이 있었다.
https://youtu.be/LqXWBoS_S2w
예전에 이 영상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집을 지어야지라고 생각했다. 도서관 같은 집.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안방부터 서재 느낌으로 바꾸어 보았다. 알쓸신잡을 보면서 푹 빠졌던 곰돌이 교수님의 강의 영상을 여러 편 보다 보니, 어느 날은 알고리즘이 '교수님 집' 영상을 추천해줘서 보게 되었다.(찐팬 인증 ㅎㅎ)
집을 짓는 날은 언제일지 모르니, 작은 도전으로 가장 큰 공간을 서재로 만들었다. 나의 아이디어인 줄 알았는데, 예전에 봤던 과거의 기억이 나의 인테리어 모티브가 되었다. 새로움과 도전의 10월. 큰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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