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LL의 음악이 생각나는 시간
언제 어느 순간에 들어도 넬(NELL)의 음악은 빛을 발한다. 내가 손꼽는, 넬의 음악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비 내리는 날에 자동차 스피커로 들을 때이다. 넬의 음악이 비라는 소음과 차 안이라는 공간이 합쳐져서 퍼지는 사운드는 전율(:몸이 떨릴 정도로 감격스러움)이라는 단어가 느껴질 정도다. 오늘처럼 해가 쨍쨍한 날에는 같은 곡, 다른 청량한 느낌으로 들리는 신비로움까지 전달해준다.
사람들과 나의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그리고 나이와 함께 경험치가 올라가는 순간이다. 나의 마음도 누군가에게 아주 잘 들여다보이겠지만 나 역시, 타인의 마음을 예전보단 조금 더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불편한 진실.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보고 있구나, 지금 날 이용하려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느껴지면, 그 사람이 너무나 오래된 친구라면 어떨까? 나를 위로해준다면서, 나의 힘든 상황을 즐거워하는구나라고 느껴진다면? 목소리의 작은 떨림에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오랜 친구이다 보니, 전화를 끊고 난 후에 내 마음은 에스프레소를 원샷한 것 같은 씁쓸함이 남았다.
예전에 내가 힘들 때, 같이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던 친구들은 사라졌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들 현재 가진 것을 비교하고, 그리고 은근 경쟁하고 있는 사이가 돼버린 걸까? 나 역시 이 중에서 가장 낮은 위치 구나하며 한숨 쉬기 시작한 지도 생각해보니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내로남불, 아전인수... 이런 단어들처럼 '너는 힘들어도 되지만, 나는, 내 가족은 안된다'라는 생각이 친구들의 대화에서 한 친구가 들켜버린 속마음이었다.
어제와 같은 말을, 얼마 전에 똑같이 했었다. 나를, 내 직업을 모욕하는 건가 싶었지만 내가 예민한 건가, 그래도 오랜 친구니 이번엔 이해하자라는 마음으로 넘겨 버린 순간이 있었다.
이번엔 2번째, 나름 화내지 않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말해선 안된다고. 논리적이라고 느껴지는 설명을 하나하나 나열하며.(여자들이 좋아하는 공감이 아닌, 남자들이 여친한테 하고 욕먹는 논리적, 객관적 설명을 하는 센스?!)
이렇게 객관적인 설명을 덧붙인다고 그 친구의 생각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저 나를 위한 설명이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나의 언어적 방어와 공격이었다. 그동안 나한테 했던 위로와 격려의 말들이 예의상, 그리고 조금은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지만 모른 척하고 지나갔다. 100% 만족하는 인간관계는 없으니깐. 서로 피해를 주는 상황도 없는, 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였으니깐.
이번엔 달랐다. 나를 배려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모욕하는 순간은 넘어가지 않겠다는 나의 마음! 이불속 하이킥 대신 조곤조곤 설명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공부 좀 하고, 생각 좀 해'라며 돌직구를 날리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과한 리액션이니깐.
평소와 다른 나의 반응에 친구는 무응답으로 이 상황은 끝났다.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졌는지는 이젠 친구의 몫. 넬의 '멀어지다' 노래 가사처럼, 관계라는 것이 소통이 아닌 '오랜 시간 연락했다'라는 그저 집착이 아닐지. 관계에서 멀어져 본다.
혜민 스님의 책 제목처럼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