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갔다가 아이가 울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가까이 앉아 있다 보니, 아이가 왜 우는지를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 필수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이었는데, 아이는 주사가 싫다면서 울면서 두 손으로 병원 유리를 때리면서 절규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는 온몸으로 울고 있었다. 반대로 엄마는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지도 않고, 예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주사를 맞지 않겠다며 엄마에게 계속 말을 걸어보았지만 엄마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이가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병원 간호사였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 다음에 오라고 엄마에게 대신 말해주었다.
그제야 아이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엄마는 이왕 온 김에 오늘 꼭 맞아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아이가 울기를 멈추지 않으니, "주사 안 맞으면 핸드폰 안 보여줄 거야"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가장 좋아하는 것을 뺏는다는 말에 더 크게 울면서 온몸으로 울었다.
옆에서 바라보는 환자와 간호사만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그제야 눈치가 보이는지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갔다. 그런데, 그런데 그 밖이 바로 병원 출입구 바로 앞이었다. 아이가 어떤 말을 하든, 엄마는 오늘 무조건 접종해야 한다고만 하는 것 같았고, 아이는 너무 말이 안 통했는지, 스스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병원에서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병원 내부 유리에 주먹질을 했다. 신기한 건, 그런 위험한 순간에서도 엄마는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보았다. 뒤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아이 성질이 보통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내 생각은 정반대였다. 보통(?)의 엄마가 아니었다. 아이에게 무표정했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빨리 끝마쳐야 할 과제를 하듯, 아이를 귀찮아하고 있었다. 아이가 주사를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아이의 말과 행동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엄마는 당연하지 않았다.
아이도 없는 내가 보기에도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주사가 아픈 것보다 자신을 외면하는 엄마를 더 아파하고 있었다. 그렇게 울고, 발을 구르고, 주먹으로 여기저기를 쳐야 엄마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아이가 성장하면 할수록 행동은 더 거칠어질 것 같았다.
처음 아이가 울 때는 어렸을 때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8살, 학교에서 예방주사를 단체 접종하는 날이었다. 마지막 순번인 나는 겁에 질렸다. 순서가 되었을 때, 교실을 뛰어나갔다. 물론 금방 잡혀서, 예정대로 주사를 맞았지만. 그때 내 모습 같아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이가 주먹으로 유리를 칠 때, '그만해'라고 말한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가까이서 지켜보던 나였다.
어린 나이에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공감받지 못하는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아이는 결국 주사를 맞았을까?
나는 오늘 아이의 눈물에서 불통, 불안, 분노, 우울 한 세트를 보았다.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어린아이 혼자서 짊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