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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Oct 25. 2021

불안이라는 세계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전자책 95%)

 기존의 경쟁력으로 평생 먹고살 만큼 인간의 수명이 짧기도 했고요. 이제는 반대로 혁신이 빨라지고 수명은 길어졌습니다. 내 업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아요. 그만큼 내 업을 현행화하라는 요구가 더 커질 것이므로 성인에게도 현행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재사회화입니다. 이제는 젊은 세대만 가르치는 교육의 영역을 확장해 성인기에 들어선 이들이 변화된 생산방법과 사회구조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스템과 교육기관이 필요해질 겁니다.


  왠지 배워야 할 것만 같은, 그렇게 신청해놓고 아직 첫 페이지에서 머무르고 있는 인강과 그리고 나를 혹하게 하는 다양한 분야의 교육 광고가 오늘도 나에게 다가왔다.


 순수한 공부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일까? 아니면 불안을 다루는 나만의 방식일까?


 작년 봄은 불안을 넘어서 무서웠다. 엄청난 겁쟁이, 나라는 사람에게 작년 봄은 외계인 지구 침공 정도의 불안이었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했고, 마침 인간관계의 미니멀리즘이 더해져서 불안과 우울은 오롯이 나 혼자가 지켜봐야 했다.


 쓰기도 민망한 오랜 시간을 회사 입사 후, 정말 가만히 있었다. 인생의 어떤 대소사도 없이 처음과 같은 어제도, 오늘도 같은 하루를 보냈다. 쳇바퀴를 더 빨리 돌리는 것을 자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런 일상에 코로나는 브레이크였고, 다른 방향을 고민하게 되는 표지판이었다.


 불안과 특정 종교에 대한 무서움이 더해졌을 때쯤 혜성처럼 '코로나 나우 앱'을 만든 중학생에 관련한 영상 시청과 언급된 책을 읽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중학생 김 모 군에 대한 호기심으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교육에도 잠시 참가했고, 또 다른 IT 교육도 줌으로 들어보고, 얼마 전 '비전공자를 위한 it지식' 저자 직강까지 다녀왔다.


 나의 불안을 가라앉힌 건 호기심이었다. 불안한 마음의 일부를 걷어내고,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서 그렇게 달리다 21년 10월의 어느 날이 되었다.


 의지할 누군가는 없었다. 다만 단단하게 내가 있었다. 어떤 세상이 와도 나는 단단하게, 그리고 그때그때 새로움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 속에 나 이외에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유일하게 통제 가능하고, 유일하게 변화 가능한 사람은 나.


 혼자라는 자유로움도 있지만 그러하기에 불안이라는 큰 산도 혼자 짊어져야 한다. 거기다 언제나 반복되는 타인과의 비교. 또래 주변 사람들과는 마음과 태도가 보색 대비처럼 선명하게 극과 극으로 갈렸다. 코로나라는 악몽은 끝나지 않았지만 근 2년의 시간은 평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숨기고 싶었고, 버리고 싶었던 결핍과 불안!


 나에게 결핍과 불안은 아킬레스 건이 되었다가 엄청난 화력의 불쏘시개가 되기도 하는 애증의 존재다. 아마도 평생을  애증 덩어리와 함께하지 않을까?


 인생은 점점 길어지고, 세상은  빨리 변해가니까.


 내가 배운 얼마 안 되는 지식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고, 다른 세상을 배우는 중이다. 어쩌면 이런 시도가, 실수와 실패, 작은 성공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겠다. 목표가 확실한 누군가가 보기에 어쩌구니 없는 모습. 우연이 우연을 부르고, 새로움이 낯선 곳으로 향하게 한다.


 불안이라는 큰 산에, 호기심이라는 뭉게구름이 몰려왔다. 그리고 나는 구름과 함께 산 언저리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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