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피봇(Pivot)은 본래 체육 용어로 몸의 중심축을 한쪽 발에서 다른 쪽 발로 이동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산업상에서 피보팅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비전은 유지하면서 전략만을 수정하여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대리점 중심으로 여행 상품을 판매하던 여행사가 온라인 판매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피보팅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예전에 야간대학원을 다녔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어떤 역할들이 갑자기 밀려왔다. 반장, 조장, 부반장 등등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중 한 모임에 정성과 노력, 시간을 다해서 가꿨다. 황무지에서 예쁜 정원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어울림이 낯선 사람들 앞에서 가장 소심하고, 내향적인 내가 어쩌다 모임의 운영자가 되었다. 내향적인 내가 외향성을 가지기 위한 노력은 회사에서 했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다.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기고, 다양한 이벤트도 했고,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도 차곡차곡 쌓였다. 사람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적이다. 하나의 비중이 커지면, 다른 부문의 비중은 작아진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극대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타인에게 기대할수록, 잘 보이려 할수록 실망감은 더 커졌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할수록 나 스스로에게는 나쁜 나였다. 타인의 인정과 관심에 목말랐던 그때 그 마음.
그런 나의 습성은 어떤 역할을 맡았다고 생긴 것이 아니다. 그전부터 쭉 그래 왔던 습관이었다. 단지 새로운 사람과 낯선 상황이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투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나의 중식 축은 ‘나’가 아닌 ‘타인’이었다. 이런 것이 메타인지라고 해야 할까?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나의 오랜 지병(?)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2년간의 경험, 그리고 번아웃의 시기가 한참 지나서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을 알기 위해서 심리학 책을 읽었다. 오로지 내가 나를 몰라서 책에게 물어봤다. 난 정말 특별히 문제가 많아서.
그리고 코로나의 시기가 오고, 한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의 번아웃으로 휴지기에 들어갔다. 나라는 사람의 중심축은 '타인'이었다. 타인의 말에 유난히 상처 받고, 타인의 기대에 유난히 부응하는 그런 모습. 타인을 향한 시선과 시야를 '나'를 향한 시선과 시야로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무렵, 문제도 생겼다.
과거의 나에 익숙하고 또 좋아했던 사람들은 그런 나를 낯설어하거나 비아냥거렸다.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과는 'Bye'. 인연은 과거에서 멈추었다. 현재와 미래는 더 연결하지 않기로 했다.
피보팅은 어렵다. 문제를 인지하기도 어렵고 거기다 축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어렵다. 오랜만에 모임을 참석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데 작은 이벤트를 할까도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 오래 불참해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서. 하지만 이런 시도는 그만두기로 했다. 모임의 참석자들은 그리워한다. 예전의 나를. 이 모임에 올인하고, 또 정성과 시간을 다했던 그 시기를. 모임에는 참석하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그때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내가 참석할 예정이므로.
요새 경영의 화두는 ESG다. 지속 가능한 경영처럼 지속 가능한 만남을 위해서 더는 '올인'하면 안 된다. 중요한 전부가 아닌 일부가 될 때, 나는 모임에 오래 참석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가 없는 만큼, 실망도 없거나 적고,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겨날 것이다.
아, 모임 하나 가지고 왜 이렇게 서두가 길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모임은 유별난 행사와 이벤트가 지속된 축제 같은 모임이었다. 내향성의 내가 어떻게 그 모임 한가운데 있었는지 신기할 만큼. 피곤함도 있었지만 많이 배웠다. 사람은 책 보다 사람으로 더 많이 배우고, 깨닫는다.
살아 숨 쉬는 한, 나의 피보팅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도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