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림, '나를 움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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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의 취향은 우연의 횟수로 만들어진다. 어렸을 때 우연히 들은 노래에서 언젠가의 여행지를 정해 놓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한 멋진 직업을 부모님 몰래 장래희망으로 삼기도 하고, 몇 권의 소설을 보며 좋아하는 장르가 서서히 만들어지기도 하니까. 우연한 만남에서 만들어진 취향은 나아가 삶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누군가에 의해 취향이 재단된다는 건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일부로 불편한 과정을 경험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과거 우연히 발견한 새로운 장르의 노래가 내 출퇴근길의 활력이 되어 준 기억 덕분이다. 순위대로 들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아직 가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지속적인 호기심이 있다는 것은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마치 보물찾기 하는 기분처럼.
오늘 내가 흥얼거린 노래는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다. 어제 길에서 우연히 들은 버스킹 노래가 좋았고, 그 여운이 다음날인 오늘까지도 감돌았다. 오랜만에 들었고, 밤이라는 정서와도 찰떡이었다. 어제 나는 칼퇴와 더불어 안 해봤던 행동을 해봤다. 혼자 맥주 가게에서 맥주 마셔보기! 혼밥은 잘 하지만 혼술은 못하는 나에게 일종의 미션이었다.
경치 좋은 가게에서 맥주 2잔을 마시고, 3시간을 하염없이 걸었다. 어제는 평소보다 여유가 있었다. 해야 할 과제를 모두 마쳤고, 그리고 꼭 야경을 보여 오래 걷고 싶은 날이었다.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마음이 있었다. 올해도 한 달이 조금 남은 시간이 남았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맥주를 홀짝 거리며 핸드폰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다. 빈 속이라 맥주 한 잔부터 취기가 올랐고, 의식의 흐름처럼 글을 썼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몇 번이나 찾아보았지만 그때뿐이고, 나의 글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흘러간다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쩌면 이 두서없음이 나의 취향이고 특색이다.
오늘의 책은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그 옆에 놓여있던 책이었다. 책 제목이 좋아서 바로 집어 들었다. 나를 움직인 문장들!
글이라는 문자에는 심장이 있다. 어떤 글은 무심히 스쳐가는데, 어떤 글은 내 안에서 오래오래 남는 것들이 있다. 최근에 읽었던 남궁인의 '제법 안온한 날들'에 보았던 문장도 그랬다.
외로움이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외로움도 힘이 된다.
어떤 문장과 단어는 오랜 시간 내 옆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되뇌게 된다. 그 문장에는 다시 나만의 언어를 첨가해서, 이렇게 브런치에 한 편의 글이 된다. 누군가의 문장이 나에게로 와서 또 다른 문장이 되고, 의미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z0jQZn7P8
우연을 좋아한다. 계획적인 것과는 반대의 모습을 가진 감성적이고, 나태하기도 한 나의 정서는 우연과 순간의 감정을 좋아한다. 지난번 경주 여행의 장소가 솔거 미술관이었던 이유도 피아노곡 검색하다가 우연히 본 영상의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우연이 쌓이다 보면 필연이 되고, 나만의 취향이 조금 더 많아지지 않을까? 오늘은 도서관 여행 중에 낯선 책 한 권과 문장을 만났다.
https://youtu.be/gAL3lAWdp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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