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단조로움에 리듬감을 더하다

by 그럼에도

새로운 피아노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존에 손 연습이 많이 필요했던 곡과는 달리 이번에는 악보는 단순하지만 더 감성적인 느낌의 곡이었다. 기존보다 많이 쉬워진 관계로 혼자서도 쉽게 연주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음이 처음엔 좋았는데 중간 이후부터는 뭔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힘들다 하면서, 막상 난이도가 쉬워지니 지루한 느낌이라니?

이런 게 아이러니다. 늘 편안한 일상을 원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은 그만큼 권태로울 수 있다는 것.


혼자서 연습했던 곡을 선생님 버전으로 다시 들어보고 놀랐다. 같은 곡을 전혀 다르게 연주하셨다. 악보에는 점점 빠르게, 느리게 와 같은 표시는 없었지만 음의 구간에 따라서 강약을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감성 충만한 곡으로 끝났다. 같은 악보, 다른 소리!


해석하기에 따라서 같은 음에서 다양한 느낌과 감성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한 편의 연극 무대처럼 클라이맥스가 생겼다가 조용하게 결론에 이르렀다. 건조하게 반복되는 내용에 강약이라는 리듬감을 더하니 새로운 곡이 되었다.


어쩌면 사람의 일상도 그렇지 않을까? 아침에 10분만 더 하면서 이불 밖으로 나오기를 고민하고, 아침 먹고, 출퇴근과 동시에 집에 들어오는 반복되는 모습. 단조로운 나의 일상도 해석하기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걷거나 운전을 하면서 바라보는 풍경의 변화, 궁금한 건 그때그때 알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요리처럼 도전을 해보기도 하고, 미뤄둔 영어 공부라면서 안 하던 공부를 하는 날은 블로그에 인증샷을 남긴다.


일상의 작은 변화구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같은 일상을 풍요롭게, 새롭게 느껴볼 수 있다. 해석하기 나름, 새로운 의미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


악보에 적힌 것 그대로 단조롭게 연주하는 소리를 들었던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본인도 지루하다고 느끼고 치면, 듣는 사람에게도 지루함이 느껴져요^^;; 나만의 감정이라고 느낀 것도 이렇게 타인과 공유될 수 있었다.


단조로운 생활에 강약을 더하는 아침~그리고 시작!



https://www.youtube.com/watch?v=gVah1cr3pU0

랑랑, 악보에 감성 두 스푼을 얹은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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