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모든 과제, 시험에서 해방되었다. 미루고 미뤄서 더 미룰 시간이 없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갑자기 브런치에 쓰고 싶은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 유튜브는 재밌는 영상이 평소보다 5배는 많아진 것 같다. 이젠 8시 뉴스마저 재밌다.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눈앞에 떠 다닌다. 너무나 게으른 마음만 완벽주의자의 12월 풍경이다.
두 달 전부터 독서량이 많이 줄었다. 12월이 되니, 갑자기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마음이 급해지니, 포기를 생각했다. 마음속에 잠든 악마가 자꾸 일어나려 했다. 나의 5분 집중, 20분 딴짓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12월의 결론! 멀티태스킹은 악마다! 멀티태스킹은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으로 나를 몰고 갔다!
인강이며, 배우고 싶었던 유튜브 영상을 틀고 집안일을 하거나, 운전을 했다. 그리고 대중교통에서도 귀로 들었다. 난 웬만큼 아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막상 영상 속에 나오는 중요 구절을 필기해보니, '이게 이런 말이었다니'를 깨닫게 되었다. 시험은 이럴 때, 딱 내일이거나 오늘이다 ㅠㅠ
듣기 좋고, 보기 좋았던 영상은 멀티태스킹 하며 들었다. 쉽게 보고, 한 번에 휘발되어 날아갔다. 들었을 때는 그냥 그랬던 영상을 앉아서 보고, 필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제대로, 정확히 아는 것은 없었다. 그저 귀로 듣고, 머리에서 안다고 느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해하기 쉬웠던 강의가 가장 모르는 강의였다. 이 정도는 다른 일 하면서 들어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만만하게 넘긴 것 중에 실상은 아는 게 없었다. 오히려 어렵다고 느낀 강의는 앉아서 제대로 보았고, 그런 내용만 머리에 남았다.
이렇게 오만한 나를 다시 만났다. 바쁜 시간 내내, 정말 브런치에 글이 쓰고 싶었다. 내 인생의 잘못된 트랙을 깊이 있게 적고 싶고, 오늘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을 적고 싶고, 정말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주머니 가득 '글 소재'가 넘쳐흘렀다.
나보다 글쓰기를 먼저 했던 주주가 예전에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글쓰기 소재가 어렵다고. 나는 주주의 정반대로 할 말이 너무 많다. 주주는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모든 걸 쏟아버리지만, 나는 마음 한편에 켜켜이 쌓아둔다. 켜켜이 쌓인 추억은 요긴한 땔감이 된다. 활활 타오르는 나의 예전 분노와 슬픔, 아픔, 가끔은 자랑이.
내향적인 내가 싫어서 외향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심지어 행동을 따라 하기까지 했다. 윤미래 노래 중 '검은 행복'에 이런 가사가 있다. 까만 피부가 싫어서 비누로 계속 얼굴을 씻어 내린다는 눈물 섞인 가사. 요새 나는 과거의 나를 '예전 노래를 최근에 다시 듣는 것'처럼 바라보게 된다.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진 나, 내향적인 내 모습을 '남들처럼, 남들만큼' 따라 했다. 나를 지우려고 애썼다. 그렇게 셀프 '감정노동'과 '가면'을 덧씌웠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냥 내가 되었다. 그동안의 남들처럼 이라는 이름의 커튼을 걷어내고, 서서히 내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를 먹는 게 좋은 점은 '될 데로 돼라'라는 적당한 포기와 타협의 기운이 생긴다는 것이다.
'개인의 시대가 왔다'는 내용의 책을 읽고,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봐도 남의 일 같았다. 나에게도 나라는 개인의 시간이 찾아오나 보다. 나의 독특한 관점을 전체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가 생겼다. 회사가 가는 길의 정반대를 말하는 나, 사람보다 시스템에 관심 가는 나에게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장면을 본다는 것이 나의 강점이고 단점이다. 그리고 생각의 틀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것도. 화려한 스펙, 엄청난 이력의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소수를 제외한 다수는 화려한 이력과 성공이 문제가 될 때가 종종 있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고나 할까. 나에겐 그런 화려함이 없기에 생각의 틀에 제한이 없다는 결핍의 장점이 있었다.
카톡 친구 중 몇몇은 행복하게 웃는 장면의 사진 밑에 '화양연화'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이런 멋진 단어를 적는다니, 내심 너무 부러웠다. 얼마나 행복한 걸까? 난 언제쯤 내 인생의 화양연화가 올까? 화양연화가 나에게 진짜 오기는 할까?
누군가 인정하지 않아도, 화려한 프로필 사진을 올리지 않아도 지금의 나는 화양연화의 입구에 서 있다. 내가 시작한 일들의 마무리를 오늘 마쳤다. 내 마음의 송년회를 열었다. 2021년~성공은 아닐지라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 나에게 스스로 감탄하는 날들이 많아졌음에 나의 화양연화의 시작을 알린다.
타인의 인정에 목매지 않고,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해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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