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의 썩은 사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업무 능력이 아닌 누군가에게 또는 업무에 해를 끼치는 다양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한 단어로 표현해서 썩은 사과로 부른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이상 행동이라면 그 사람만 제거하면 될 텐데, 조직 내의 썩은 사과는 빙산의 일각처럼 특정 사람 외에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 썩은 사과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보이는 것 말고도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있다면, '악한 영향력'도 있다. '법 보다 주먹'이라는 말처럼 악한 영향력은 그 존재감이 확실하고, 선명하다.
D와 함께 일한 팀원들은 모두 D를 싫어했다. D는 본인의 성과를 위해서 그 누구도 희생시키는 그런 당연함이 있었다. 물론 미안함이나 불편함은 없었다. 양심이라는 단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하인들처럼, 본인은 늘 특별하고, 당연히 그런 대우를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그런 D를 가까이에서 만나게 되었다. D를 가까이에서 만나기 전부터 나도 한 번 당하는 일이 있었다. 나의 부분적인 의견을 엄청난 것으로 윗선에 보고했다. 그 실무 담당자는 나에게 확인 전화를 하는 그런 사건이 있었다. 담당자가 그 후 내 목소리만 들어도…
한 마디로 D는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을 위해 많은 것을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그리고 D는 해맑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웃으며 또 다가왔다. '이번엔 새로운 정보가 뭐 없니?'라는 말을 가득 머금은 '찌르기 공법'을 선보이면서.
썩은 사과가 힘이 있거나 또는 그런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일 때, 주변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라도 나의 사견이나 아이디어는 고이 접어둔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업무와 기본에 충실한 FM의 자세를 유지한다. 되도록 멀리 떨어진다. 조금도 가까워질 여지를 주지 않는다(철벽 수비).
그런데 마지막 원칙, '멀리 떨어진다'가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썩은 사과의 입장에서 특정한 누군가가 꼭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업무 외적인 곳까지 다가온다. 동성의 직원이라면 친목의 이름으로 한 발 더 다가오는 그 집요함이란.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을 시도한다.
*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 technique)'란 심리학 용어. 상대방에게 큰 부탁을 하고자 할 때, 먼저 작은 부탁을 해서 그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처음 한 번만 오케이하고 다음에 거절해야지'라는 순진한 생각은 썩은 사과에게 통하지 않는다.
썩은 사과의 '타깃'이 된 그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의는 유지하되 그 어떤 허점과 개인의 의견이 드러내지 않는 메서드 연기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강하게 손절을 시도해야 한다. 대신 당신의 엄청난 손절의 시도 역시 윗선에 보고가 되겠지만.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만 산다'라고 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험난하다. 처음부터 버릇없는 직원으로 찍혔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을. 델타 변이보다 몇 배나 더 강한 오미크론이 다가오더니, 몇 배나 더 강한 악당이 다가온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등대처럼 강인함이 필요한 시간이다. 더하여 현명함까지.
거친 파도가 노련한 뱃사공을 만든다.
- 영국 속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