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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Dec 26. 2021

돈 생각에 잠 못 드는 밤(가계부)

방지연, '생애 첫 재테크 수업'

p.165

 가계부는 일기가 아니다.


새해가 되면 헬스클럽과 영어 학원의 등록률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의 판매량도 늘어난다. 연초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다이어트나 영어공부, 그리고 지출 관리를 결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심했던 것을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동반사적으로 세운 '새해 계획'이기 때문에 작심삼일로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삶을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행위는 앞에서 말했듯이 진짜 내가 원하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스스로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 중략


 가계부, 제대로 다시 써라.


 그럼 도대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계부는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계부가 되면 된다.


 즉, 가계부를 수입과 지출로 크게 나누 후, 수입은 여러 군데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나로 정리하고 지출 항목을 고정 지출, 변동 지출, 자산 지출이라는 3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하면 된다.


[ 고정 지출 파악 + 변동 지출 파악 + 자산 지출 파악 ]


[ 가계부로 나의 삶을 바꾸는 4단계]

1. 변동 지출의 가용 금액 계산하기

2. 세 달치 변동지출 평균값과 변동지출의 가용 금액 비교하기

3. 하루 유용 금액의 한도 정하기

4. 지출 규모 정하기

 + 중략


 가계부는 일기처럼 내가 어디에 돈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내가 하루, 한 주, 또는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돈의 한도를 알려주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가계부이다. 이제야말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가계부 작성법을 배운 셈이다.


Antonio Caneiro, 'Contemplation'

 재정적 불안은 무지에서 출발한다!


 나의 불안과 회피를 정면에서 마주 보는 지금의 시점은 누가 봐도 늦었다. 반복되는 후회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현재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가계부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가장 기초적인 듯하면서 늘 쉽게 넘기는 부분이다. 주변에 주식으로, 비트코인으로 한 번에 큰돈을 번 사람들 이야기가 들린다. 어쩌면 나도 그런 한 번의 대박을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날은 과거, 현재에도 없었으며 미래에도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ㅠㅠ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 지금 뿐이다.


 책에서는 고정 지출을 다시 확인해보길 권유한다. 특히 '보험'에 관해서. 이 부분에서 숨이 딱 멎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던 것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대출금을 유지한 채 금융 투자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펀드, 연금'이라는 상품의 수익률과 사업비를 따져 보자. 투자라는 이름의 마이너스 인지도... 인플레이션을 이길 실물 투자를 하라(여기선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수익보다 비용 절감이 먼저다

                         - 존 록펠러 -


  보통 변동 지출이라고 하는 생활비나 용돈을 줄이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나의 변동 지출 줄이기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이런 뻔한 시도와 방법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구체적인 목표도 없었으며, '목표'를 세우면 꼭 돈이 더 들어가는 일이 생기곤 했다.


 고정지출이 문제였다. 신입사원 때 친한 선배가 있었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기에 보험 관리도 잘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감과 달리 10년 넘게 해지할 수 없는 보험을 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약도 어려운 상품임을 알았을 때, 그 보험설계사는 와이프 친구인 회사 선배에게는 수당이 거의 없고 정말 선배에게 유리한 상품을 팔았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는 변액유니버셜이라는 이름의 상품과 나의 불안과 무지를 이용해 부모님 이름으로 다양한 상품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 설계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엄청난 보험 실적과 더불어 나와 같은 회사 직원 2명을 보험 업계로 진출하도록 만들었다. (나에게도 장밋빛 미래를 속삭이며, 몇 번이나 같은 업계에서 일하자고 권유했었다. 정말 성공할 것 같다며... 영웅담을 늘어놓던 전문 사기꾼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의 글을 브런치에서 보았다. 돈 불리는 게 제일 쉽다던 그 어이없는 소설 같은 글이 브런치에 메인으로 올라왔고,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브런치에 좋은 글이 셀 수 없지 많지만 분명 누군가를 늪에 빠뜨리는 사행성 '삭제'가 필요한 글도 함께 떠돌고 있다. 그것도 메인 화면에.

 나는 늘 불안하고 자신이 없었다.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을 비판 없이 들을 만큼. 그리고 발을 빼기에 너무 늦은 시기에. 분명 가족력도 없는데, 난 왜 이렇게 '혹시나 큰 병에 걸리면 어쩌나?'라고 하는 불안과 걱정 속에서 헤맸을까.


 어렸을 때 집안 환경은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병원 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모부나 외숙모가 암 진단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 집에도 그런 불행이 찾아온다면? 기초 자산이 풍부하지 않은 환경에 쓰나미가 될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월급을 받고, 부모님 용돈을 드리지 않고, 그 돈만큼 보험을 들었다. 만약의 불운과 불행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위해서.


 여기에서 나의 재정적 불운과 불행이 시작한다. 묵직한 보험, 목적지가 없는 사공인 나, 주변의 유부녀들을 말했다. '결혼하면 인생 끝이라고' 너에게 소비하는 시간도, 그런 여유도 없이 다른 가족을 위해 사라질 월급이라고!

  지금 돌이켜보면 20대에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온전하지 않은 정신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함께 했던 나. 내가 별로인 상태라서 이런 사람들을 만났을까, 아니면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별로인 상태가 되었을까?


 내가 보기엔 반반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니, 정상적인 사람들과는 아주 멀어지게 되었다.


 이런 별로인 역사를 외면하고,  눈을 감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미래를 꿈꾸며 나에 대한 투자를 감행한 적이 있었다. 열정은 중간에 식었고, 공부는 점점 소홀해졌다. 30 초반과 중반을 그렇게 날렸다. 도서관 열람실에 있었지만 나의 정신은 몰입의 정반대 노선을 달리고 있었다. 시험엔 응시도 못했다. 그렇게 헤매다 36 야간경영대학원을 다니며 열정을 불태웠다. 물론 공부는 아니었다.


 이런저런 과외 활동에 열심이었고, 지금은 이 또한 넘치도록 과했다는 슬픈 결론과 함께 속절없는 시간을 맞이했다는 나의 실패의 순간들.


 나의 인생은 성공의 장면은 손가락으로 세기에도 너무 적고, 실패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더해도 다 못 셀만큼 너무 많다.


 이런 역사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회사 다니는 사람이 딴생각과 준비를 오래 해왔다는 것을. 물론 지금도 커리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다른 코스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예전보다는 마음이 무겁다. 이유는 하나, 나이! 나의 취향과 스타일, 관심 분야를 알았기에 요새 배우는 것은 재미가 있다. 하지만 무거워진 나이와 사람 없이도 잘 나가는 회사 분위기에 몇 년을 더 근무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또 불안해졌다. 벌써 2022년 감원의 전운이 감돈기 시작했다.

 내일 보험의 일부를 감액 완납하고, 일부는 해지하거나 혹은 반 정도로 보장금액을 축소할 예정이다. 손실이 크지만 나의 고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나의 아름다운 미래 이전에 실직을 준비하는 워밍업으로. 줄인 비용으로 운동이나 배움을 시작하는 것이 큰 병 예방에 더 도움이 될 거다. 엄청난 불행을 예방하느라 현재를 날리는 현실을 직시하자.


 나는 이렇게 닥쳐야만 움직이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다. 시험 보기 전 벼락치기만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라는 사람은 실행이 빠르다. 남들보다 출발이 3배는 늦고, 그래서 추격하는 속도는 1.5배쯤(?) 빠르다. 결론은 추격도 늦지만 뛰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에 사람들은 보면 2가지 반응이다. '나 잘릴지 몰라' 혹은 '나는 절대 아닐 거야'라는 반응.


 예전의 감원 시기에 나는 30대 초반이었다. 감원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잘림을 걱정하는 나이에 도착했다. 보통 드라마 주인공은 한 번의 사건으로도 철이 들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던데. 나라는 사람은 예전에 인기 있던 드라마 프로그램을 잊어버리듯, 그렇게 과거의 기억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더 불리기 위한 통제가 아니라, 줄여서 최소한을 유지를 위한 통제라는 부분이 아쉽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계속 일할 수 있는 나만의 분야와 새로움에 더 올인하는 시기다 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케이크를 먹는 순간에 나는 이 책을 읽고 잠 못 드는 밤이 되었다. 잊을 수 없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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