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새벽 기상으로 모인 오픈 카톡방에 머물러 있었다. 카톡방은 하루에 메시지가 몇백 개가 올라온다. 처음엔 꼼꼼히 읽었지만 금세 많은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에.. 어느새 읽지도 않고 '읽음' 버튼을 눌러 버렸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자 열정 있는 사람들이고, 모두가 모두에게 칭찬을 해주는 그런 공간이었다.
칭찬받고 싶은 일이나 좋은 일을 이야기하면 칭찬받는 곳.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문화였기에 사람들은 좀 흥분되어 있었다. (우리의 문화란 겸손이란 이름과 시기심 등으로 주변에 나의 자랑을 말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으니까) 거기다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여자였고, '~맘'의 호칭처럼 기혼이 많았다. 어느새 남편과 아이 이야기로 사람들의 동질감은 더욱 높아졌다.
습관 모임에서도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처럼 혼자만 동동 떠있다고나 할까. 여하튼 여기서도 예외적 존재이니, 조용히 있었다. 이 많은 대화 속에 공지 사항이나 필요한 것이 있을까 하고 가끔은 눈여겨본 날이 있었다. 어제 그 대화는 보지 말았어야 했다. 누군가의 코로나 백신 접종 이야기를 꺼냈다가 처음 본 닉네임의 사람이 '백신 패스' 반대 의견을 강하게 말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동조하는 사람과 함께.
무심히 던지는 척했지만 그 의도는 훤히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새벽 기상방에 끼어든 '편 가르기' 마니아 등장! 누군가가 몇 마디 응수했고, 용기 있는 누군가의 제지로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방을 나왔다. 논쟁에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이제 이 방은 편 가르기의 시작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었다. 모임이 구성되고, 안정되고 나면 왜 '편 가르기' 마니아가 등장할까? 우리는 한 편, 너와 나는 생각도 같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걸까?
몇 년 전부터 지인들과의 모임도 이 장면과 같았다. 우연인 것처럼 정치 성향을 드러내거나, 기혼이 많아지니 어느새 '부부동반 모임'이나 '키즈카페 모임'이야기가 나왔다. 오랜 시간 가까워졌으니 그리 대수로운 장면은 아니지만 그 모임에 참여할 수 없는 나와 같은 소수는 발 붙일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부러우면 너도 결혼하던가'라는 이분법의 논리와 특정 성향의 정치적 발언, 동조하는 사람들끼리 끈끈한 눈빛과 대화 속에 속은 답답하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돈키호테, 이방인 같은 단어들이 한가득 떠올랐다.
우리는 나이가 같아도, 같은 나라에 살아도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넌 왜 달라?'라는 물음표를 묻는 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질문과 호기심과 더불어 종종 비하의 발언이 쏟아질 때가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꽤나 좋아했는데 2년 전부터는 만남을 잘 갖지 않는다. 선택적 비대면, 카톡에서의 인사로 생사 여부를 전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친목 형성에 동질감 코드는 정말 중요한 요소다. 어떻게 해서든 닮은 요소를 찾으려 한다. 어렸을 때 운동회에서 '청군'과 '백군'을 나누는 동질감과 경쟁의 문화가 유전자에 새겨진 것처럼. 나와 타인이 얼마나 공통점이 있는지를 따진다. 나 역시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이 편안하지만, 익숙한 만큼 새로움을 배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음을 살면서 깨닫게 되었다. 다름이 틀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 기준에 다름을 틀렸다로 해석하는 일들을 종종 보게 된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이 보인다. 과거의 나는 다수의 의견을 철저히 따라왔으니까, 다를 일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의 조건과 나의 생각이 다름이 보이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야 모두가 내 생각에 동조해야 한다는 그 맹목적인 믿음, '흑백논리'에 거부감이 생겼다.
동문회라는 이름의 단톡방을 미련 없이 나왔듯, 새벽 기상 모임방도 미련 없이 나왔다. 마이너 한 존재이니 나간다고 누가 알지는 못하겠지만 나에게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행복을 주고 싶었다. 신경 끄는 용기와 행동을!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나의 생각이니,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타인의 생각은 타인의 몫. 나를 아끼고 지키는 방향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의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에 C(choice)라는 명언을 나의 일상에 적용해 보았다.
피곤한 사람들과는 선 긋기로 시작하는 easy & simple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