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아처'
p.42
이제 끝이야. 여기서 멈출 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계해라.
겨울 뒤에는 봄이 이어지듯, 어떤 일에도 완전한 끝은 없기 때문이다.
목표에 이르고 난 후에는 반드시 그동안 습득한 모든 것을 활용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삶을 예찬하고, 눈에 기쁨이 깃든 사람들과 어울려라.
활을 만든 나무처럼 유연하고 길 위의 신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나거나 더 나은 기회를 포착하면 주저 없이 방향을 바꿀 줄 아는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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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라는 표현을 읽자마자 떠올랐던 사람들이 있다. 밖에서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이야기해보면 부정적인, 흔히 말하는 어둠의 아우라를 펼치는 A, B, C.
이런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은 즐거운 대화 소재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기에, 넘어지거나 뒤뚱거리는 자세가 나올 수 없다. 넘어지거나 뒤뚱거리는 실수와 실패의 순간을 오래오래 비웃고, 떠든다. 아마도 이런 모습은 그들의 마음에 어떤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나 보다. 그럴수록 더 열등감이 진하게 느껴졌던 A, B, C
몇 년 전 우연히 봤던 연극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몇 년 전,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도 연극에 도전해보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그중 한 명이 무서운 눈으로 오래 노려보았다. 그 표정에 너무 놀라서 나는 그만 얼음이 돼버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큰 포부를 말한 것도 아니고, 그냥 농담처럼 하는 말에 왜 저렇게 정색을 하는지 모임이 끝나고도 오래 불쾌했다.
알고리즘이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연극 티켓을 구매하지도 않았는데, 연예인과 문화 공간에 좋아요~를 몇 번 누르고 1년 후쯤~ 재밌는 광고가 날아왔다. 연극아카데미!!!
대본 리딩을 했다. 등장인물 중 몇 명의 악역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브런치에 적었던 특정 사람들이떠올랐다. 배역 중에 악역에 지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재밌을 거 같다. 얼음이 되었던 사람에서 얼음으로 만드는 사람으로! 입장을 바꿔서 연기해 보고 싶었다. 가증스럽고, 교만한 말투와 행동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타고난 나의 저음을 고음으로 바꿔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지만...
작년에 재밌게 보았던 악마판사에서 김민정은 저음으로 더 진하고, 더 무서운 악역을 연기했다. 특유의 말투와 눈빛, 김민정의 매력에 오래 빠져있었다. 진하고도 무겁지 않은, 달콤하고도 파괴적인 캐릭터를 저음으로 처리하는 김민정만의 고유한 매력.
잠깐의 연극이지만 내가 못 보던 다른 세계가 보이지 않을까? 오미크론이 심해지면서 나의 도전이 또 연기될까봐 무섭다. 작년에도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중도 포기했는데, 올해는 이룰 수 있을까?
생업에 유용한 공부와 일상의 즐거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 일단은 병행해보기로 했다. 작은 점들이 선이 될 때까지. 어떤 공통점은 없지만 양쪽의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스릴은 낯설고 새롭다.
이제 시작이야. 멈추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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