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미러링

by 그럼에도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님의 전화가 왔다. 전전 담당자로서 일종의 인수인계 느낌(?)의 정보를 요청하셨다.


"선배님~ 전임자에게 물어보셔야죠. 전 전임자인 제가 아는 것이 지금과 맞을까요?"


예전 팀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차갑게 거절했다. '모든 건 전임자와 상의하시라~.' 하지만 선배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임자도 모르면, 전 전임자인 스케치북님에게 물어봐도 되는지~'를 문의하셨고, 나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드렸다. 돌려서 거절하기. 당연히 도와줄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에 나는 배신감을 안겨드렸다.

좀 괘씸했다.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것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으면서 왜 나는 전 전임자임에도 이런 압력을 받아야 할까? 그것도 평소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과거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 전과 후의 상황은 어디에서든 다르다. 당연히 최근 3년 상황을 모르는 나에게 도움 요청은 지나쳤다. 선의로 도와주다가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때에는 나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도 분명했다.


어차피 욕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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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은 도와줘도 '만만한 후배'로 나중에 욕할 것이고, 도와주지 않으면 '버릇없는 후배'로 욕할 것이다. 욕하는 시기가 조금 빠르고 늦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현 담당자인 선배는 잊었나 보다. '미련하게 일한다'라는 말로 나의 활동을 비웃었던 과거를. 전임자 또한 성심성의껏 인수인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인수인계는 처음이라고 감사해했다. 인수인계가 끝날 때에 갑자기 폭탄 발언을 했다. "후임자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이미지를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해주는 거죠?"라는 말로 근 2주간의 나의 수고를 어이없게 만들더니....'산 넘어 산'같은 사람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발 벗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인턴사원이 그랬고, 옆팀이지만 언제나 온화한 인상의 선배가 그렇다. 이번 일처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답을 했지만 사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불러온 업보였다. 나는 그저 미러링 해주었다. 선배가 나를 대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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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키워드 - 경계선을 긋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지점을 명확히 표시하자.

후배일지언정 선배한테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도와준다고 나의 평판이 올라가지 않는다 = 아무 때나 심부름을 하는 '무수리'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나의 에너지와 정성은 정말 필요한 곳에만 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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