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없으면 나쁜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 Liv Boeree, '마흔이 되기 전에' -
브런치의 메인 화면에서도, 포탈 뉴스 중에서도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제목에 클릭 버튼을 누른다. 말초적인 것은 힘이 세다. '인생의 베일'을 읽고 난 소감은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의 모습을 빌려서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인간은 본능을 이길 수 없다'라고. 방금 본능에 이끌려서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 중 한 편을 클릭했다. 글을 읽고 난 후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원샷한 것처럼 씁쓸함이 오래 감돌았다.
꽤 자극적인 제목, 특정 생각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의 글만 캡처해서 전문가 느낌(?)나게 구성했다. 어떤 일이든 장단점이 있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 그렇지만 그 글에 인용된 전문가는 아쉽게도 그 분야의 전공자가 아님과 동시에 ...과학보다는 정치적 관점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었다. 시점 역시 집값도 조사 시점마다 매매가가 다르듯 백신 접종 찬반 의견도 시점에 따라서 달라진다. 글은 있어보이는 구성과는 다르게 헛점이 많이 보였다.
작가님은 클릭을 유도하는 데는 성공하셨지만 내용은... 내가 이 분야의 지식을 없었다면 혹~했을 글이었다.'안다'와 '모른다'의 차이는 글 몇 줄에서도 사실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쓰고 싶은 글은 다른 것이었지만 '가짜 뉴스 낚싯줄'에 걸린 소감문으로 소재와 주제를 바꿨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고, 알아가야 할 것도 많고, 엄청난 정보와 뉴스 속에서 허덕인다. 어떻게 이 많은 정보를 소화할 것인가? 이럴 때 손쉽게 믿음이 가는 사람이나 채널의 정보에 기대서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신뢰를 저버리는 사람도, 채널도 있다.
구독자 수가 많은 작가님의 글은 영향력과 파급 효과가 크다. 글의 소재 전문가는 아니셨지만 나름 넓게 보면 관련 분야에 종사한다고 적힌 이력으로 보기엔 실망스러웠다.
코로나 관련 소식을 보는 나의 기준값은 이렇다. 질병관리본부의 데이터와 설명, 감염내과, 예방의학과, 호흡기내과, 수학자(확진자 예측 모델)로 분야를 한정해서 뉴스를 보고, 기본값을 설정한다. 기본이 완성된 후에 다른 뉴스를 보면 뉴스의 부분만 말하는 것도, 일부 과장하는 것, 거짓 정보까지 분별할 수 있는 일종의 정답지가 된다. 물론 완벽한 정답지는 될 수 없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며, 처음 접하는 백신과 약제까지 모든 게 처음인데 완벽할 수는 없다. 부족한 것이 발견되면 그때그때 보완하고, 맞춰갈 수밖에.
그렇게 접한 정보 중의 일부는 일상의 매너가 되었고 또 일부는 업무에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수학자의 확진자 예상 모델은 '팀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사용되었다.
꼭 그 분야가 아니어도 전문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작가님의 필력보다는 어떤 자료를 인용했는지 자료의 출처를 유심히 본다. 모든 분야에 그렇지는 않지만 이번 코로나 뉴스에는 진심이었다.
유난함에는 집안의 역사, 맥락이 있다.
만나보지 못했던 큰 고모는 사춘기 시절, 동네에 퍼진 전염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고모를 잃었다는 충격으로 돌아가셨다. 전염병이 한 집안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아빠는 어린 시절 대가족을 이끄는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했다는 것, 고모와 할머니를 만나보지 못한 나는 유독 '전염병' 이슈에 초민감하다는 것이다.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나만의 기준, 설정값이 필요하다. 정보의 홍수는 사람을 침몰시킬 수도 있다.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를 믿는다는 것은 눈을 감고, 산속을 걷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넘어지기 전에 눈을 뜨고 앞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