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재미로 하시나 봐요. 그럼 그렇게 교양으로 하세요. 대신 직업이 될 수는 없죠.

유튜브 영상에서 알게 된 작가님이 있다. 2년 전, 작가님이 영상에서 추천했던 사이버대 과정을 몇 달 후 도전해보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올해 만 2년 차, 내년이면 수료를 한다. 작년 출간된 책에서 권했던 MOOC과정에서 2개 강좌는 올해 1월 나만의 이벤트처럼 수료했다.
마침 작가님이 근처에서 강연을 연다고 정보를 듣고, 참석했다. 워낙 관련 영상과 책을 모두 읽은 것이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저자 직강에 푹 빠져서 몰입해서 들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질문 시간이 있었기에 평소 궁금증을 여쭤봤다.
영상에서 추천했던 강좌를 듣고, 다른 인강도 들었다. 코로나 시기로 외부와도 단절되고,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서 나름의 대안으로 공부를 선택했다. '나'라는 유일한 자산이 나의 전부니까. 마음과는 달리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고문이고, 졸리고, 간식을 먹고~겨우겨우 과정을 이어나간 2년이었다.
이런 소소한 시도를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해야 할지를 질문했다. 답변은 냉정하고, 참혹했다. 어쩌면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그렇게 노력해도 '돈을 버는 직업'까지 연결할 수 없다는 사실. 남들도 하기 쉬운,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은 안된다는 것.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라야 한다 등등…
"불안하니까 마음 편하려고 공부한 거죠. 클릭 몇 번하면 수료하는 거잖아요. 공부를 재미로 하시나 봐요. 그럼 그렇게 교양으로 하세요. 대신 직업이 될 수는 없죠. 나이가 몇 살이죠? 아~인생은 길고 그럼 10년 그렇게 해보세요~"

라는 속사포 랩 같은 답변에 멘털이 순간 흔들렸다. 확실한 답안을 주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본인이 적은 책과 영상에서 권했던 방법을 이것저것 해본 나를 그래도 인정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속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책에서 말한 방법을 시도한 결과에 너무한 거 아닌가? 내용의 앞뒤가 안 맞는다고 뭐라 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럼 난 뭘 해야 하지? 기존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 말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는 없는 걸까? 역시 내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구나...
그동안 소소하게 쌓은 성이 모래성, 부실 공사로 인증받은 느낌이자 혹 떼려다가 혹 붙인 느낌이었다. 현재의 답답함을 덜고자 갔다가 세게 한 방 맞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바람도 선선하고 좋은데 내 마음은 얼어붙었다.
초고속 승진이 많아진 시기에 내 또래의 주변 사람들은 전무, 스타트업은 부사장처럼 승진 가도를 달리거나, 아님 임원 직전에 오른 사람들이 꽤 있다. 그에 반해서 나는 현재의 직무로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예상에 여기저기에 눈을 돌리는 불편한 진실.
분야가 확실하지 않으니 호기심 천국처럼 다양한 경험으로 다가섰다. 이런저런 문제로 법학, 미생물 인강 수업도 들어보고, 심리학 인강, 이모티콘, 스피치, 피아노 레슨, 글쓰기(브런치), 연극 조금씩 맛보기처럼 진행해봤다. 수박 겉핡기라도 해보고, 안 해보고는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일련의 경험과 시도는 사회초년생과 같은 눈높이가 된 것 같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이연, 드로우 앤드류'인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스펙이 아닌 다양한 경험과 시도로 성공한 사람. 다양한 시도가 스펙이 된 사람.
지하철 한 정거장 길을 걸었다. 인테리어 가게 중에 진돗개를 기르는 집이 있다. 줄을 길게 해서, 가게와 밖을 오고 갈 수 있게 만든 곳. 나랑 아이는 가끔 지나갈 때마다 간식을 주거나 손인사를 하는 사이다. 구면인 진돗개에게 인사를 했다. 늘 멀리서 바라보던 아이가 가까이 오더니, 쓰다듬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진돗개 볼을 쓰다듬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란. 인사를 하고 가는데 뒤돌아보니 계속 같은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는 진돗개에게 감동했다.
가다 보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또 있겠지. 지난주 회의 시간에 발표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브레인스토밍 시간에 시작했던 '나를 소소하게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책 몇 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심리학 책, 심리학과 스피치 인강에서 배웠던 요소와 콘텐츠가 설계도였다. 여기저기에 눈 돌린 것의 업무 활용이랄까. 의도하지 않았고, 원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흥미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아직도 망설이고, 막막한 내 나이에 흔치 않은 방랑자
https://youtu.be/oe2piU6Nf5E